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정상회담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우리 정부와는 거리를 둔 반면 일본 정부와 미리 '노딜' 전망을 공유하는 등 대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내용을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회담 당시 북한은 우리 정부와 일본을 통해 두 가지 입장을 전해 받았다"면서 "일본이 북한 측에 '미국이 회담을 결렬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고, 우리 정부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회담은 결렬됐고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정보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해석이다.

홍 의원은 회담이 결렬된 데 볼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그는 "한국 정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해 북한에 전달했다"면서 "그 얘기인즉슨 결국은 볼턴이 (회담이 결렬될 것이라는) 내용을 일본과 공유했고 일본과 볼턴이 공유한 내용이 북한에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고록을 보면서) 볼턴이 꾸준하게 아베 정부, 일본 정부와 한반도 문제를 거의 일란성 쌍둥이처럼 생각을 공유해왔다는 것을 알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이어 이번 회고록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모셨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 안보담당 참모가 책을 낸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회고록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지만 사실에 부합하려면 다른 사람의 기억과 크로스체크하면서 기억의 객관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볼턴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을 두고 '조현병 같다'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선 인종차별적 요소도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한 (볼턴의) 매우 노골적 비하는 인종차별에 가까울 정도"라면서 "영국이나 독일의 정상에 대해 이런 식의 표현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정부에 대한 매우 노골적인 비하와 무시에는 다분히 백인 우월주의나 인종차별도 깔려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