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난 24일 폐쇄됐던 국회가 이틀 만에 다시 열린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 3법’(감염병예방법·검역법·의료법 개정안)과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 구성 등의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이슈가 국회를 집어삼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 등 다른 주요 법안의 임시국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26일 본회의에서 ‘코로나 3법’ 처리국회 사무처는 25일 “국회가 방역 작업 종료로 26일 오전 9시부터 정상적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전희경·곽상도·송언석 의원 등은 이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이에 따라 국회가 장기간 폐쇄되는 상황은 면했다. 이날 윤후덕 더불어민주당·김한표 통합당·장정숙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부터 임시국회 일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2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는 △국회 코로나19대책회 구성 건 △국회 교육위원장 및 정보위원장 선출 건 △노태악 대법관 임명동의안 △국민권익위원 선출 건 △코로나 3법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24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대정부질문은 다음달 2~4일로 미뤄졌다.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예정대로 내달 5일 열린다. 다만 국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언제 다시 국회가 닫힐지 모른다”고 말했다.인터넷은행법 등 처리 ‘안갯속’임시국회가 일단 재개됐지만 여야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면서 주요 쟁점 법안이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처리되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계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 등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들 법안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코로나19 대응 과제보다 후순위에 두고 있다. 민주당은 ‘경찰 개혁’ 법안과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170여 건의 민생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지만, 이들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초 지난달 9일 법사위 통과가 예상됐지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부 기업을 위한 특혜 법안”이라고 반발하면서 처리가 보류됐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개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당초 KT를 대주주로 세우려 했던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10개월 넘게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소프트웨어 관련 신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대책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도 처리가 불투명하다. 소프트웨어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여야 모두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발등의 불’ 선거구 획정도 지연정국이 ‘코로나 블랙홀’에 빠져들면서 4·15 총선 선거구 획정안 합의도 늦어지고 있다.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아직 선거구 획정 논의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제출 법정 시한은 선거일 13개월 전(지난해 3월 15일)이다. 이미 법정 시한을 1년 가까이 넘겼다. 이에 따라 선거구 조정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예비 후보와 유권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여야는 일정이 촉박한 점을 감안해 선거구 변동 폭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여야는 늦어도 다음달 5일 열릴 본회의까지는 합의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해 본회의가 지연되면 선거구 획정도 더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산업 간 융·복합이 중요한 시대에 아직도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면 어떡합니까?”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 26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비판하자 금융권,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이런 반응이 쏟아졌다. 구시대적인 사고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 의원은 “국회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문턱을 낮추고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정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금융노조, 시민단체 일부에서도 내놨다. 산업자본이 금융에서 돈을 끌어다가 ‘사금고’로 삼을까 두렵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이런 비판에는 금융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인터넷은행법엔 엄격한 수준의 건전 경영 유지, 감독 등에 대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또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ICT 업체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올라 적극적으로 사업해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개정안이 통과되면 ICT 기업의 인터넷은행 진입 문턱이 한층 낮아진다. 여러 인터넷은행이 활발하게 경쟁하며 발전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는 방식은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선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모바일 대출 서비스도 인터넷은행이 물꼬를 텄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ICT를 활용해 기존 은행에는 없던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내놨다”며 “소비자에게 한층 더 편리한 금융거래 환경을 만들어 준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해외 주요국은 정부 주도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ICT업계에서 쌓은 노하우를 금융권에 이식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내년에 신규 인가를 내려는 인터넷은행 수는 18개에 달한다. 홍콩(8곳) 싱가포르(5곳) 대만(3곳) 일본(1곳) 인도네시아(1곳) 등이다.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은행 수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금융권 관계자는 “ICT와 금융의 융합은 전 세계적인 화두인데도 이를 막으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 있다. 29일 법사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jeong@hankyung.com
인터넷전문은행법이 17일 발효되면서 향후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을 인가한 만큼 향후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높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 10%대 초반의 금리를 제공하는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중장기적으로 인터넷은행이 일조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중심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이날 공식 발효됐다.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의결권 없을 경우 10%)에서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를 조건으로 인터넷은행의 살 길을 터준 것 아니겠느냐"며 "자본 확충과 함께 중금리 대출 등 신규 사업에 활기가 돌 전망인 만큼 인터넷은행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금융당국은 제3, 4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과정에서도 중금리대출 공급을 비롯한 포용적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은행법령상 인가 심사 기준을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동시에 인터넷은행 도입취지 등을 고려한 조치다.올해 인터넷은행도 정책 중금리대출인 사잇돌대출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K)뱅크는 관련 준비가 한창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사잇돌대출을 포함해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5조1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케이(K)뱅크도 올해 6000억원 규모로 중금리대출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말 께 사잇돌대출을 선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별도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기존 일반 신용대출 신청 과정에서 SGI서울보증을 통해 중·저신용자에게 진행하던 보증부 중금리대출을 사잇돌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안으로는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과 제2금융권 연계 대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다만 경기 부진 우려와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 기대가 다소 섣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경기 악화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황이 단기에 공격적으로 확장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도화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대출산정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의 국회 통과도 관심사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들이 아직 설립 초기인 만큼 신용정보보호법 등 규제적인 측면의 완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중금리 대출 확대가) 금리 절벽 해소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부채 부실화 우려가 큰 만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중금리 대출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금리대출에 나섰던 은행이 적자를 낸 사례에 비춰 핵심은 정확한 대출산정체계 구성"이라며 "설립 초기인 인터넷은행들은 본격적인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앞서 외부에 충격에 견딜 체력을 갖추고 리스크를 관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