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국청년위원회 발대식에서 당 청년위원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10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국청년위원회 발대식에서 당 청년위원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15 총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이름 짓기에 '레트로(복고풍)' 열풍이 거세다. 통합 과정에서 옛 당명이 잇따라 등장해서다. 새로운 당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선거용 창당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전 의원은 돌고돌아 '국민의당'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고, 호남 기반 3당도 흘러간 이름인 '민주통합당'을 끄집어냈다.

당초 보수진영은 '통합신당'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미래통합당을 출범할 계획이고, 호남 기반의 3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은 합당을 발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도 제출한 당명을 거절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창당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낯익은 당 이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미래통합당으로 결정을 내린 보수진영은 먼저 통합신당과 '대통합신당' 등으로 후보군을 꾸렸었다. 하지만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자 2007년 대선 패배를 아로새긴 대통합민주신당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 11월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범여권의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7년 11월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범여권의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남 기반 3당은 과거 몸담았던 '민주통합당'이란 당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통합개혁위원장과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 박주현 평화당 통합추진특별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회의를 끝낸 직후 "신당명은 민주통합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민주통합당은 익숙한 당명이다. 이들 중 다수가 과거 민주통합당 소속이었다. 민주통합당은 2011년 12월 출범해 새정치민주연합이 등장하기 전 2014년 3월까지 활동을 유지해온 당명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돌고돌아 국민의당 카드를 집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당명 불허 통보를 받은 탓이다.

국민의당은 안 위원장이 2016년 2월2일 중도개혁을 표방하면서 탄생시킨 정당이다. 같은 해 이뤄진 총선에서는 녹색 돌풍을 이끌며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바른정당과 통합(2018년 2월13일), 바른미래당이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당들이 가치나 신념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만을 위해 정당을 활용됐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직 선거용 당명 짓기에 나선 후유증으로 새로운 당명을 찾기 너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정당들이 가치나 신념이나 미래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고 뭉치기 보다는 특정 시기 선거용 정당으로 대거 진출했다가 없어져 왔다"면서 "이는 정당정치의 일천함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아가 우리 정당들의 생존 기간이 너무나 짧다 보니까 다른 좋은 이름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져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당, 저당이 정체성 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부작용이 지금의 현상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만큼 우리나라 정당들이 많이 생겼다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라며 "현재도 50개 넘은 만큼 새로운 이름을 짓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12년 5월 당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울산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2년 5월 당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울산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