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든 이낙연, 노년층 공략…운동화 신은 황교안, 경제 실정 부각
예비후보 명함도…李 "종로 미래 준비" 黃 "종로 새로 고치겠다"
이낙연·황교안, 종로동쪽서 동시 '뚜벅이 유세'…불붙는 선거전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3일 서울 종로구 동쪽 끝에 있는 창신동·숭인동 일대에서 나란히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직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더 많이 득표했다.

파란 점퍼 차림의 이 전 총리와 빨간 점퍼를 입은 황 대표는 이 일대 골목들을 샅샅이 다니며 유권자와의 접촉에 주력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숭인동의 경로당 3곳을 잇달아 방문하며 70대 이상 고령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주민들을 만날 땐 선거 캠프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수첩(NY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이동하는 길에 있는 음식점, 슈퍼마켓, 세탁소, 정육점, 피혁업체 등에도 일일이 들어가 출마 신고식을 했다.

길에서 만난 주민들에게도 일일이 인사와 악수를 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들에게 "노후가 행복하도록 촘촘히 개선하겠다"며 관련 정책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면 허리 사이즈가 줄어든다"며 "선거 때는 손가락을 안 집어넣고도 바로 신을 수 있는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전남 국회의원 4번, 전남지사 1번 등 선거를 치른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다.

다만 이날은 언론사 방문 등 다른 일정 때문에 구두를 신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황교안, 종로동쪽서 동시 '뚜벅이 유세'…불붙는 선거전
이 전 총리가 찾은 한 경로당에선 사전에 일정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일부 주민이 동행한 카메라 기자 등을 보고 "뭐 하는 것이냐"고 항의를 해 정식 인사를 하지 못하고 나오는 헤프닝도 있었다.

전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황 대표는 창신동 상가 밀집 지역에서 상인들과 주민들을 만났다.

이어 숭신동 일대에서도 노후 주택 문제 등을 살피며 주민 인사를 이어갔다.

저녁에는 동묘앞역 인근에서 퇴근길 인사에도 나선다.

지난 9일 성균관대 주변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은 데 이어 이날 국수 가게에 들러 국수를 먹으며 경제에 대한 민심을 살폈다.

황 대표는 직접 국숫값을 계산하면서 "이게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길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

황교안입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라며 90도로 인사했다.

상인들의 포옹·악수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종로 경제가 참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현장에 와서 상인들, 주민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꼭 종로 경제를 살려내서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황교안, 종로동쪽서 동시 '뚜벅이 유세'…불붙는 선거전
두 후보의 주거지도 모두 종로로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을 예고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일 종로 서쪽의 교남동 전세 아파트로 이사했고 황 대표도 종로 동쪽의 혜화동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종로 서쪽은 보수 성향이, 종로 동쪽은 진보 성향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각각 취약지를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주거지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예비후보 명함도 각 후보의 강점과 선거 전략을 반영해 눈길을 끈다.

이 전 총리는 명함 문구에 '종로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종로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넣었고, 황 대표는 '절망을 딛고 종로를 새로 고치겠습니다'라고 새겨 넣었다.

각각 '미래 비전'과 '정권 심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명함 뒷면의 주요 이력 가운데 이 전 총리는 '육군 병장 만기제대'를, 황 대표는 '1957년 서울에서 실향민 아들로 출생'을 넣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군 면제를 받은 황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그간 자신의 병역 면제 의혹에 대해 "실향민의 아들로 어렵게 살았다.

비리 의혹이 있을 집안이 아니다"고 밝혀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