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지난달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지만 임 전 실장은 주변 만류에도 스스로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은 이미 과거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인격살인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아 누명을 벗고도 고통을 받아 온 정치검찰의 피해자"라며 "임 전 실장은 비공개 출석을 마다하고 포토라인에 서기를 자처해 진실과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검찰의 권력을 남용한 무리한 수사와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행태를 국민에게 고발했다"고 평가했다.

홍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과거의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검찰은 울산지검이 고발을 받고도 2년 가까이 수사하지 않던 사건을 검찰개혁이 현실로 다가오자, 뜬금없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침소봉대하면서 정치쟁점화의 도구로 악용해왔다"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아울러 일부 야당, 언론과의 유착으로 마치 엄청난 불법과 비리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면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연루된 토착비리 의혹은 덮은 검찰이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이를 추진하는 정부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벌인 일 이라는 국민의 의심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여전히 과거의 무소불위 권력에 취해 국민이 만드는 새로운 시대에 부적응한 남루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검찰이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수 개월간 벌인 정치행태는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그동안 검찰은 기획수사, 사건조작으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지탄을 받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 국민과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을 휘두르는데 도취된 구태 검찰은 새로운 시대의 검찰에서는 발붙일 곳이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이 사건의 '최종 결재자'로 판단해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검찰이 임 전 실장을 피의자로 전환한 것은 혐의 입증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이 지방선거 개입 의혹으로 29일 청와대 인사 등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검찰 간부들도 기소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환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 피의자 출석이 아니라 총선출마회견인 줄 착각하시나?"라며 "피의자로 출석하는 것이 대단한 결단인 척 하는 것도 우습지만 개선장군도 혀를 내두르고 울고 갈 정도의 당당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발 선거공작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면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먼저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공통점은 잘못을 하고도 적반하장으로 대든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임 전 비서실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지레 겁먹어 감동적으로 정계은퇴 연출하더니, 추미애가 들어와 검찰의 손발을 묶어놓으니 슬며시 다시 기어나온다"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