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감사원 쇄신 나선 최재형…책임 안묻겠다, 적극 행정하라
“변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감사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감사원이 죽으면 공직사회도 같이 무너집니다.”

최재형 감사원장(사진)은 지난 14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취임 후 감사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시행한 적극 행정 면책과 사전 컨설팅 정책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적발 중심의) 감사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했더니, 직원들이 ‘그러면 감사원이 죽는다’고 하더라”며 “그러나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게 나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 컨설팅 사례로 격오지 군부대의 소모성 물품 구입 시 온라인 쇼핑 허용을 예로 들었다. 물품대금을 선지급하는 온라인 쇼핑은 국고금 관리법상 허용이 안됐지만 부대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서 구매하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은 “감사라고 하면 사후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거나 개선하는 것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공직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사후에 책임질 고민 없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컨설팅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는 해당 규정을 수정 보완토록 권고하는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2019년 1월 감사원에 적극 행정과 관련해 사전 컨설팅 제도를 도입했다. 규정이 불분명하고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사전에 업무의 적법·타당성을 컨설팅해 사후에 감사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골자다. 현재까지 101건의 사전 컨설팅을 하고 74건에 대해선 감사원이 의견을 제시했다. 최 원장은 “수감기관의 감사 부담 완화를 위해 감사정보분석시스템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감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공직사회가 감사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며 “사전 컨설팅 제도를 도입할 때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기존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감사 보고서 형태도 컨설팅 위주의 서술로 바꿨다. 여태까진 뭐가 문제였는지를 보고하게 돼 있었기 때문에 잘못을 적발하는 쪽으로 업무가 치중돼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사평가 기준 역시 ‘건수’ 위주의 정량평가에서 감사 역량, 태도 등의 정성평가로 바꿨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