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화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커지고 있다. 부실한 인사 검증, 무분별한 흠집 내기, 보고서 채택 무산, 그리고 임명 강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자유한국당이 주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권을 강화하고, 청문기한을 연장하는 등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난 8일 정용기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엔 후보자가 거짓으로 진술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인사청문 위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경우 위원회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청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후보자 선서 부분에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바른미래당도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부총리급까지 국회 인준을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국무위원 중 국무총리만 국회 동의를 받게 돼 있다. 김 원내대표는 “잘못된 인사에 대한 국회 견제장치가 작동이 안 되고 있다”며 “4월 국회에서 개선안을 논의해 합의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인사청문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개선 방향의 ‘방점’은 야당과 다르게 찍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 흠집 내기의 장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생활은 비공개로 검증하고 정책 역량과 전문성, 비전에 대해선 공개 검증하는 방식으로 청문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청문제도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전엔 민주당이, 취임 이후엔 한국당이 인사청문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임 정부 때는 인사청문회 실효성 강화를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주장하고 한국당은 방어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