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에 방북 의사 밝힌 카터의 '징크스'…'독재자들의 저승사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4·사진)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 중재를 위해 방북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간) 카터 전 대통령이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을 통해 이 같은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1994년 미 대통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미·북 정상회담과 비핵화 관련 논의를 했다. 지금까지 3차례 방북했다.

카나 의원은 “아마도 카터는 북한의 숭배 대상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와 직접 접촉하고 대화를 한 유일한 미국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과의 핵협상에 대해 트럼프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카터 전 대통령에겐 희한한 ‘징크스’가 있다. 그와 만난 독재자들은 대부분 얼마 못 가 사망하거나 훗날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카터 전 대통령의 별명은 ‘독재자들의 저승사자’다.

물론 호사가들이 찾아낸 우연의 일치이자 속설일 뿐이다. 카터 전 대통령 본인도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희생자’로 꼽히는 독재자들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오마르 토리호스 전 파나마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모하메드 레자 팔라비 전 이란 국왕, 니콜라에 챠우세스쿠 전 루마니아 지도자,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전 소련 서기장이 있다.

특히 북한엔 이 징크스가 거의 정확히 맞았다. 김일성의 경우 1994년 6월 카터 전 대통령과 만난 후 14일 만에 사망했다.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카터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카터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2010년 8월 북한으로 가 억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데리고 나온 지 1년 4개월 만인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했다.

정작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측에 북한과 협상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평화협정 논의를 위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듬해 5월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는데 성공한다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과 지난해에도 방북 의사를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