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9 대 1’

8·15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신청자들이 뚫어야 하는 경쟁률이다. 오는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선 남북 각각 100명씩만 만날 수 있지만,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5만689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한적)에선 25일 오전 11시 서울 남산동3가 본사에서 박경서 한적 회장 주재로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상봉 대상자의 5배수인 500명을 1차 후보자로 뽑았다. 한적에선 앞서 이날 오전 10시 한적은 윤희수 한적 사무총장 주재로 인선위원회를 열고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선정 기준을 논의했다. 인선위는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등 이산가족 관련 단체 3곳과 정부, 학계의 대표들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는 8명의 인선위원이 참석했다.

추첨 선정 기준은 연령별 분포 비율을 고려하되 9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을 전체 상봉자의 50%로 정했다. 또 부부, 부자, 모자 등 직계 가족이 1순위, 형제자매가 2순위, 3촌 이상이 3순위로 배정됐다.
이날 추첨장에 참석한 이산가족들 중 탈락을 확인한 사람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평안북도 철산군 출신인 박성은 씨(95)는 “북에 남겨두고 온 동생들이 보고 싶은데 이번이 마지막 신청이 될 것”이라 했다가 추첨 결과를 본 후 “난 인생의 낙제자”라며 쓸쓸히 돌아섰다. 박씨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수도 없이 해서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차라리 한 달만 휴전선을 열어 가족들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황해북도 신계군이 고향인 이용녀 씨(90)도 이날 1차 추첨 탈락을 확인한 후 “이 곳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다”며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씨는 “1·4 후퇴 때 남편과 함께 피란을 왔는데 그 때 세 살 된 딸을 두고 왔다”며 “딸이 살아 있는지, 어디서 맞거나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냈던 건 아닌지 궁금한데 그것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도 판문점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왔는데 왜 나는 내 딸을 만나지 못하느냐”며 “판문점에 이산가족 면회소 좀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적은 향후 1차 후보자로 선정된 500명의 이산가족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당사자들의 상봉 의사와 건강상태를 확인해 2차 상봉 후보자 250명을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7월 3일까지 북한과 생사확인 의뢰서를 주고받은 후 7월 25일까지 생사확인 회보서를 교환한다. 남북은 생사확인 회보서의 생존자 중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을 선정해 8월 4일 이산가족 상봉자 최종 명단을 교환하는 것으로 상봉 준비를 마무리한다. 최종 상봉자로 선정된 이산가족들을 상봉행사 전날인 8월 19일 방북 교육을 받은 뒤 이튿날 상봉 장소인 금강산으로 향한다.
남북은 지난 22일 적십자회담을 열고 각각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행사를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