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세기의 핵 담판에 돌입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9시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출발해 회담장으로 출발했으며 10분뒤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묵고 있던 세인트리지스 호텔을 떠나 회담장소로 향했다. 회담장인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는 출발시간과 반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9시54분쯤 도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시간 1분전에 모습을 보여 조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복 차림에 검은색 서류철 가방을 들고 회담장에 도착,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수행원의 영접을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빨간 넥타이를 매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두 정상은 각각의 장소에 머물다 카펠라호텔의 도서관 회랑을 따라 양측에서 걸어와 건물 중앙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인공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8초간 세기의 악수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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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짧은 악수를 한 뒤 사진기자를 향해 무표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후 트럼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팔을 다독이듯 두드린 뒤 손 안내로 김정은 위원장이 걸어온 방향의 회랑으로 향해 역사적인 단독회담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이 시작되기 전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며 오늘 회담이 열리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좋은 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과 매우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랬던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이날 단독 및 확대회담에서 논의될 담판의 핵심은 두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약속을 이번 회담 합의문에 명기하길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체제보장의 담보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전까지도 '대리전' 성격인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결국 두 정상 간의 담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은 통역사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단독회담에 이어 12시 확대회담, 오후 1시30분 업무오찬 순으로 이어진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확대정상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한 측에서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김여정 당 제1부부장·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업무 오찬에는 미국 측에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북한 측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의 참석이 유력하다.

업무 오찬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언급대로 식사 메뉴로 '햄버거'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였던 2016년 6월 유세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라고 했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후 오후 4시 기자회견을 한 뒤 오후 8시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어서, 오후에도 북미 회담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북한의 회담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서였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당시 클라크 UN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의 서명으로 중단됐다.

북미 정상이 회담장에서 만나는 것은 65년만인 셈이다.

65년간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던 북미 관계. 6.12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