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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전 세계에 선물 될 것"…김정은 "발표가 만족 드렸으면 하는 바람"
100분 정상회담…서울·평양 상호 방문 요청한 듯, 적대행위 완화도 합의 관측
두 정상 MDL 선상서 악수…김정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합의문 공동발표 후 정상부부 참석해 환영만찬…金, 밤늦게 북으로


남북 정상이 27일 판문점에서 11년 만의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대결 구도를 청산하기 위한 대타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1시간 40분에 걸친 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정착,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남북정상회담은 2000·2007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동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당시 회담은 우리 측이 평양을 방문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번 회담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도보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 남쪽 땅을 밟은 것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으며, '판문점 선언문'에 관련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아주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남북의 국민에게, 전 세계 사람에게 아주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이야기된 게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회담 직후 공개된 두 정상의 발언에 비춰보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을 두고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회담 도중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자 왔다.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며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도 했다.

따라서 이날 환영 만찬 직전에 발표될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며, 이를 위해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과 이행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해야만 향후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고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회담에 임한 만큼 두 정상의 언급에 미뤄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예상된다.

남북 상설 공동사무소 설치를 비롯해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인 비무장화 등 남북 간 적대 행위 완화를 위한 합의와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인 문제도 선언문에 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며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하며,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서울과 평양에 대한 상호 방문을 요청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군의장대 행렬을 하던 중 김 위원장에게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답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하게 할 것 같다는 점"이라며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정전위 회의실인 T2·T3 사이의 MDL을 도보로 건너온 김 위원장을 악수로 맞았다.

두 정상은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으며,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두 정상은 MDL 북측으로 10초가량 넘어갔다 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국군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회담장이 있는 평화의 집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하고 환담을 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합의문에 서명한 뒤 공동 발표한다.

이어 김정숙·리설주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환영 만찬을 한 뒤 김 위원장은 이날 밤늦게 전용차량을 이용해 MDL을 넘어 북쪽으로 돌아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