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지시로 가치 재평가…참여정부 민정수석 때부터 관심 가져
일본강점기 조선총독에게 바친 것으로 추정…일각서 경주 이전 주장도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는 석불좌상이 보물로 지정됐다.

청와대는 12일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 국가문화재인 보물 1977호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 불상은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108㎝, 어깨너비 54.5㎝, 무릎 너비 86㎝로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이다.

당당하고 균형 잡힌 모습과 통일신라 시대에 유행한 팔각형 대좌 대신 사각형 연화대좌(蓮華大座)가 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편단우견(偏袒右肩·한쪽 어깨 위에 법의를 걸치고 다른 쪽 어깨는 드러낸 모습)과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왼손을 무릎 위에 얹고 오른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손 모양)을 한 형태가 경주 석굴암 본존불과 매우 유사하다.

이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오히라(小平)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게 바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39년 경복궁에 새 총독관저(현 청와대)가 지어지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됐으며, 1974년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청와대 불상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관저 뒤편을 산책하던 중 이 불상의 가치를 재평가해볼 것을 당부하면서, 보물로 지정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부터 이 불상에 많은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9월 청와대 직원 오리엔테이션 때도 본인이 직접 관저 주변을 안내하면서 이 불상의 유래와 가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6차례 현장을 답사해 이 불상의 가치를 평가했으며, 지난해 12월 문화재위원들이 조사차 청와대를 찾았을 때는 문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해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등 일각에서는 이 불상을 원래 있던 곳인 경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청와대 불상의 재질을 분석해 경주지역 암질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불상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경주 남산과 도지동 이거사(移車寺) 중 한 곳을 특정할 만큼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주 이전 문제와 관련해 "이번에는 불상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며 "이전 문제는 이번에 검토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전문적 의견을 받아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화재청과 협조해 석불좌상의 백호·좌대 등을 원형 복원하고 주변 환경을 고려해 보호각을 건립하는 등 보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해 나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