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한반도 운명 시험대…동북아 안보 지형에 중대 변수
국회로 공 넘어온 개헌논의 '안갯속'…지방선거 동시투표 여부 관건

남북 분단 후 처음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서는 오는 27일의 역사적 장면부터 지방선거가 종료되는 6월까지 한반도는 유례없는 격동의 시기를 맞는다.
한반도 '운명의 봄' 왔다…격동의 '슈퍼 스프링' 개막
비단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 정세에 굵은 한 획을 그을 '슈퍼 스프링(Super Spring)'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긴박한 움직임, 그리고 헌법 개정 등 폭발력 자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초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몰아치는 '운명의 봄'을 맞아 정국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27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운명을 근본적으로 판가름할 첫 시험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북핵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분단 상황에 대해 어떤 합의를 끌어내는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남북 정상 간 세 번째 회담이지만,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국제사회의 초강경 제재·압박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만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회담 결과에 따라 한국전쟁 이후 긴장과 갈등을 반복해온 남북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핵 문제를 놓고 의미있는 합의에 도달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 중단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동북아 안보 긴장을 해소할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부분 복원된 남북 교류 및 경제협력이 전면 재개된다면 '데탕트' 국면, 즉 한반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며 정국의 판 자체가 근본부터 다시 짜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면 곧바로 북미정상회담 국면으로 접어든다.

오는 5월 판문점 개최가 유력 거론되는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된 변화의 흐름을 정점으로 밀어 올릴지, 아니면 또 다른 긴장 국면으로 빠트릴지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핵 실험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일촉즉발의 안보위기를 자초한 북한의 변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그 출발점이다.
한반도 '운명의 봄' 왔다…격동의 '슈퍼 스프링' 개막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위한 특사 자격으로 남한땅을 밟았고, 우리측 특사를 매개로 이뤄진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깜짝 제안, 김 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지난 석 달간 이뤄진 북한의 태도 변화는 극적이라고 부를 만 하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전방위 압박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달라진 대북 정책이 결국 '패쇄국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이해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개월간 '한반도 운전자'론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라는 숙원을 해결하고자 전력투구해왔고, 북한 김정은 정권은 비핵화 논의를 고리 삼아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안보 분야,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 뚜렷한 성과를 내기를 내심 바라고 있고,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봄이야말로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한반도 '운명의 봄' 왔다…격동의 '슈퍼 스프링' 개막
문 대통령이 국회로 공을 넘긴 헌법 개정 문제 역시 이번 봄 정국을 뜨겁게 달굴 주요 화두다.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는 정부 개헌안은 이미 국회로 넘어왔지만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도 여야는 아직 핵심 쟁점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가 가능한 물리적 시한인 이달 말까지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을 압박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시한을 못박는 데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야당은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문제에 있어 사실상 이원집정부제에 준하는 국회의 총리 선출제를 주장, 여야 간 시각차가 현격하다.

게다가 제1야당인 한국당은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개헌까지 숨가쁘게 이어지는 이 같은 대형 이벤트가 결국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제대로 된 협상 자체가 담보될 수 있을지 현재로썬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선 시한에 임박해 여야가 개헌의 불씨를 살리는 선에서 극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당장 여당인 민주당이 '배수진'을 치고 논의를 압박하고 있어 전망은 안갯속이다.

양측은 1일 논평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해 현격한 인식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지난 10년은 엄중한 한반도 상황으로 춘래불사춘의 연속이었지만 2018년 상전벽해의 봄이 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하루아침에 모두 녹아내릴 수는 없다"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정치·외교적 노력 외에도 사회, 문화 교류로 넓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개헌 및 남북정상회담, 추경 등이 '지방선거용 정치쇼'가 되지 않도록 내실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며 "북한의 9번째 거짓말에 국민의 눈과 귀가 가려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또 "5월에 닥칠 '세금폭탄'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신다"면서 "이 와중에 정부가 또다시 추경 운운하며 지방선거용 전략 수준에서 국가 재정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도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