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AI 확산 방지 총력전…15개 방역초소 운영·180명 24시간 근무

"AI(조류인플루엔자)가 하루빨리 끝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100만 개가 넘는 달걀 재고분을 어떻게 처분할지 막막합니다"
"나흘만에 계란 100만개 쌓였네요"… AI 공습에 산란계농가 시름
31일 오전 경기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Y산란계(계란을 생산하는 닭) 농장 정문 앞. 30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는 이 농장의 농장장 유모(51)씨가 농장 바닥에 얼어붙은 하얀 소독약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6일 팔탄면 구장리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AI로 인해 비상방역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계란 출하가 제한적으로 이뤄져 재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Y농장은 AI 발생 농가로부터 직선거리로 8㎞가량 떨어져 있다.

화성지역에서는 AI 발생 이후 2개 농가에서 키우는 닭 19만1천 마리가 살처분되고, 각 농장의 분뇨 반출 금지·노계 반출 제한 등 방역대책이 긴박하게 이어지면서 산란계 농가들의 계란 재고량이 늘어 걱정이 크다.

경기도가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하는 계란을 화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만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하루 20만 개 이상 생산되는 계란이 창고에 수북이 쌓이고 있다.

Y농장에는 AI 발생 이후 나흘간 100만 개 이상의 계란이 출하되지 못하고 창고에 남아있다.

보통 한 달가량은 충분히 계란을 저장할 수 있지만, 오래된 계란은 팔리지 않고 모두 폐기해야 한다.

유씨는 "계란은 보통 낳은 지 3∼4일, 늦어도 5일 이내에 모두 출하하는 것이 보통인데, 지금은 일주일에 단 두 번만 출하하도록 제한돼 있어 재고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면서 "매일 간이검사를 해서 이상이 없는 농장의 계란에 대해서는 이틀 정도 지나면 모두 출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시에는 Y농장과 같은 산란계 농장 16곳에서 161만5천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아직 AI가 확산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로 AI가 옮겨갈지 알 수 없어 화성시 전체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화성시와 경기도는 AI 발생농가 및 반경 3㎞ 이내 1개 농가의 사육 닭 19만1천여 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수의사 10명을 투입, 인근 10㎞ 이내 가금류 사육 43개 농가를 대상으로 긴급 예찰 활동을 벌였다.

43개 농가에 대한 간이검사에서는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

화성시는 AI 오염 방지를 위해 주요 도로와 산란계 농장 진입로 등 15개소에 방역 초소를 운영중이다.

하루 평균 화성시 공무원과 방역업체 직원 등 180여명이 24시간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화성시 향남읍 향남로에 거점소독소를 설치해 화성시를 드나드는 모든 농장 관련 차량을 철저히 소독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에 찾아간 거점소독소에는 산란계 농장에서 달걀을 수매해 가려는 대형 트럭들이 줄을 이었다.

이날은 경기도가 정한 달걀 반출 허용일이다.

자동세차기처럼 생긴 터널에 차량이 들어가면 6∼7분간 차량 내외부와 운전자까지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그래야 소독완료필증을 받아 농장에 출입할 수 있게 된다.

거점소독소에는 하루 평균 100여대, 많게는 200여대의 차량이 찾아와 방역업체 직원들로부터 방역소독을 받고 있다.
"나흘만에 계란 100만개 쌓였네요"… AI 공습에 산란계농가 시름
이날 새벽 4시 30분부터 소독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정광희(63) 방역반장은 "추운 날씨지만 양계 농장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차량을 철저히 소독하고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AI가 종식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2차 오염 방지를 위해 이날부터 향남, 팔탄, 남양, 양감 지역 27개 산란 가금 농가를 대상으로 무인항공방제를 시작했다.

또 지난 28일 AI가 발생한 평택시 산북면의 산란계 농장에서 반경 3㎞ 이내에 속한 화성지역 4개 산란계 농가의 닭 8만4천380마리를 31일 중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기로 했다.

화성시 축산과 관계자는 "다행스럽게 화성 관내에서는 AI가 추가로 발생하거나 확산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람과 차량에 의한 2차 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