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등 '비위 풍문' 확인하려 대북공작비로 해외 정보원 '매수'
MB국정원, '데이비드슨·연어' 극비작전명 짓고 DJ·노무현 뒷조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전직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캐기 위해 국정원 내부에도 극비리에 공작을 벌인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런 정황은 국가 안보를 위해 써야 할 대북공작금 10억여원이 정치적 사안에 유용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29일 정치권과 사정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은 '데이비드슨', '연어'로 각각 명명된 비밀 작전을 최종흡 당시 3차장 산하 대북공작국에서 수행했다.

데이비드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공작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슨의 알파벳 첫글자(D)와 김 전 대통령의 이니셜(DJ)이 유사하기 때문에 지어진 명칭으로 정치권은 추정하고 있다.

데이비드슨 관련 국정원 팀은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등 해외에 비자금을 감춰뒀다는 일각의 풍문을 확인하는 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련 풍문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고, 작전은 종결됐다.

'연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공작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퇴임 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비유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명칭이다.

연어 관련팀 역시 노 전 대통령 관련 비위 풍문의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는 공작을 수행했으나, 근거 없는 풍문이라는 결론을 내고 작전을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공작원들은 해외에서 대북 특수공작비로 지출돼야 할 돈을 십억여원을 두 전직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겠다는 명목으로 쓴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파악됐다.

공작원들은 각각 수억원에 해당하는 공작비의 대부분을 해외 현지 정보원을 매수하는 목적 등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흡 전 차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공작의 배경에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시민단체 등을 앞세워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하고 '부관참시'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전직 대통령을 폄하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 이런 공작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특수공작비는 전직 대통령 뒷조사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임차하는 데에도 사용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미 해당 호텔에 '안가'가 있는데도 별도의 방을 빌리는 데 돈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