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공고 체육관에서 지진 피해 이재민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공고 체육관에서 지진 피해 이재민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내 평가는 ‘성적’에 비해 인색한 편이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를 치른 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위상이 달라졌다. 당 대표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도 야당 때와는 다르다. 하지만 야당 시절 별명 ‘추다르크’ 특유의 직설 화법은 여전하다. 당내에서 저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추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맏며느리론’으로 설명했다. 그는 “나는 맏며느리 팔자 같다. 맏며느리는 365일 부엌살림하고 제사 잘 모셔도 ‘잘했다’ 소리 한 번 못 듣는다”고 말했다. 탄핵정국과 대선에 이르기까지 쉴 틈 없이 당을 꾸려왔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추 대표는 “칭찬할 때까지 ‘열일(열심히 일)’하면서 똑순이처럼 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4박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친 직후 포항 지진 현장을 찾았던 추 대표는 이날 급성 요통으로 대부분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한경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장시간 비행으로 근육이 경직돼 있는 상태에서 포항에 내려가 대피소에 누워 계신 어르신들과 허리를 숙여 대화했더니 허리가 틀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추 대표에게는 늘 ‘최초’가 따라붙는다. ‘최초’ 여성 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드물게 비례대표 대신 지역구에 출마해 5선을 달았다. 최초 여성 대변인을 거쳐 현재는 최초 집권 여당 여성 대표가 됐다. 이런 추 대표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한국 국회에서 가장 ‘저명한(prominent)’ 여성 지도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정권교체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 승리까지 내다보며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승리하면 민주당 대표로서는 드물게 2년 임기를 모두 채우는 대표가 된다. 민주당 역사상 당 대표가 2년 이상 임기를 유지한 경우는 정세균 국회의장(2008년 7월~2010년 8월)이 거의 유일하다.

추 대표는 ‘헨리 조지의 지대개혁’을 핵심 정치철학으로 제시하며 4년 뒤를 생각하고 있다. 지난 9월 정기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한국은 지대추구의 덫에 빠졌다”며 “부동산 초과다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