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엔 "朴대통령 있어 안될것" vs "보수표 얻으려면 불가피"
박진 "경제민주화, 호남보듬기"…박지원 "우리당 노크한지 오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설 연휴 이후 대권 행보를 한층 뚜렷이 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그의 입당(入黨) 여부를 포함한 정치 세력화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이후 정치권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 교체'를 위해선 민의(民意)를 수렴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정치 신인으로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하며 몸값을 높이려는 포석도 깔렸다.

그러나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반 전 총장 입장에선 결국 기존 정당의 힘을 빌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금과 조직이 당선에 필수적이라는 선거의 기본 공식에서 그 역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의 이도운 대변인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기자들과의 '치맥' 자리에서도 반 전 총장은 본인 입으로 입당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입당할지, 입당하면 어디로 할지 등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정당 없이 홀로 하려니까 힘들다.

특히 금전적으로도 빡빡하다"고 독자 행보의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결국 어느 정당이든 함께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대통령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

당적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무소속 후보로 뛰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반 전 총장의 한 핵심 측근은 연합뉴스에 "반 전 총장이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존 정당들과 손잡는 '연합 후보' 방식도 있다"며 "'당외 후보 경선' 형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선두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존 정당들의 틀은 유지하되 자신이 내세웠던 '패권주의 척결'을 기치로 '반(反) 문재인 연합 전선'을 구상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손을 잡을 정당으로는 가장 먼저 바른정당이 거론된다.

스스로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한 반 전 총장의 노선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전날 문 전 대표를 향해 "말 바꾸기로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가중하지 말라"고 한 바른정당은 이날도 "통솔력이나 화합 의지가 부족하다"(정병국)거나 "잘못하면 '남자 박근혜'가 된다"(김영우)는 등 맹비난을 이어갔다.

국민의당 역시 '반 문재인'과 '뉴 DJP(김대중·김종필)'를 고리로 반 전 총장이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반 전 총장이 이날 방문한 호남 지역이 국민의당 지지 기반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CBS 라디오에 나와 "반 전 총장 측이 2년 반 전부터 저희를 접촉했다"며 "약 한 달 전에는 (반 전 총장 측이) '새누리당, 민주당으로는 가지 않겠다'며 뉴 DJP 연합을 희망하더라"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작은 게 사실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확보한 정통 보수층이 반 전 총장의 지지 기반과 상당부분 겹치는 만큼 아예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들을 제거하면 반 전 총장 입당도 가능하다"고 한 반면, 다른 의원은 "박 대통령이 남아 있는 당에 반 전 총장이 들어올 가능성은 0%"라고 예상했다.

반 전 총장을 외곽에서 돕는 박진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대 가능 그룹으로 '개혁적 보수 세력'과 '합리적 중도 세력'을 제시하며 "호남 민심도 보듬고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는 세력도 연대 대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