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의사 대통령 진료의혹"…김상만·김영재 원장에 질문 쏟아져
"세월호 7시간 의혹 핵심에 '의료농단'"…의료진은 연관성 부인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4일 개최한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처방받아 맞은 '주사'의 성격과 목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의료인들을 증인으로 대거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청문회에서 여야 특조위원들은 대통령 자문의로 근무한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과 최순실씨의 단골병원인 김영재 의원(醫院)의 김영재 원장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질문을 퍼부었다.

김상만 전 원장은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박 대통령에게 태반주사 등을 처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김영재 원장은 전문의 자격 없이도 서울대병원의 외래의사가 됐고, 올해 3월에는 박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에 동행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자문의로 위촉되기 전 박 대통령을 진료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상만 전 원장은 두 번인가, 세 번 관저에 갔다"고 답해, 공식 임명을 받기 전에 박 대통령을 진료했음을 시인했다.

황 의원은 "공식적으로 임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사가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 몸에 손을 댔다는 것은 굉장히 위중한 위법사례"라며 "비선의사가 대통령을 진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주로 어떤 처방을 했느냐고 묻자 김상만 전 원장은 태반주사·비타민C 주사 등을 처방했다며 "미용 목적은 절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처방한 약품에 중독성도 전혀 없다는 게 김상만 전 원장의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2014년 1월 6일 신년기자회견 사진을 보면 여섯 군데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하고 그해 5월 13일 세월호 유가족 면담을 앞두고 찍은 사진을 보면 대통령 얼굴에 피멍 자국이 선명하다"며 필러 시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김영재 원장에게 이에 대한 소견을 묻자 김 원장은 "필러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안면 시술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 당선 후에 청와대에 들어갔느냐고 묻자 김영재 원장은 "한 번 불러서…"라며 머뭇거리다 "지난 2014년 2월에 청와대 측에서 연락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간 적은 있다.

(박 대통령 얼굴의) 흉터가 있는 부분에 자꾸 감각이 없어지면서 경련이 일어난다고 해서 봐달라고 해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지난 2006년 당시 오른 쪽 뺨의 커터 칼 테러로 인한 상처 후유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총 몇 번이나 드나들었느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김영재 원장은 "5번 전후로 갔다"고 답했다.

청와대에 불려간 이유로는 "저희 화장품을 쓰는데 트러블이 났다고 해서", "얼굴이 많이 부으셔서" 등을 들었다.

청와대에 갈 때는 매번 아내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와 동행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태반주사를 맞는 등 시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잇달았지만,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모두 이를 부인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의료용 가글은 주로 필러시술할 때 얼굴이 마비돼 많이 쓴다고 한다더라"며 "그 가글을 신보라 전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대위) 세월호 참사 당일에 박 대통령에게 가져다줬다는 건 의심할만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김원호 전 경호실 의무실장, 서창석·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 모두 필러 시술을 누가 했는지 모른다고 하자 "대통령 얼굴에 시술했는데 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유령이 한 것이냐"며 꼬집었다.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에 박 대통령이 시술을 받았다면 그걸 해 준 사람은 김영재 증인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거듭 묻자 김영재 원장은 "절대 없다"고 부인했고, "그렇다면 왜 대통령의 피멍 자국이 필러 같다고 답변했느냐"고 추궁당하자 "사진을 다시보니 부닥쳤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간호장교 신보라 대위에게 박 대통령의 2014년 5월 초 사진을 보여주며 "얼굴에 이 정도 피멍이 난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전 실장과 신 대위 모두 "몰랐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이런 시술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있었는데 청와대 의무실에서 아무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통령의 안위를 걱정하는 국민을 안타깝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의원들의 화살이 쏠리기도 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대면보고를 못할 정도로 김 전 실장이 구조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한 게 무엇이 있느냐"고 따졌고, 김한정 의원은 "청와대가 해경에 독촉할 때는 구두보고 안한다고 나무랐으면서 정작 대통령에게 한 첫보고는 서면보고였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안보실장으로서 상황실에 꼭 있어야 하는 만큼 대면 보고하러 관저에 가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서면보고와 유선보고로 갈음했다"며 박 대통령과 세월호 참사 당일 여러차례 직접 통화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당에서도 세월호 참사 당일 묘연한 박 대통령의 행방과 부적절한 지시내용을 놓고 비판이 일었다.

이혜훈 의원은 "기가 막힌게 이미 배가 물에 다 빠졌는데도 대통령이 오전 10시 30분에 특공대를 투입하라고 했다"며 "TV도 안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김 전 실장이 현장으로 모셔가야 하는 것 아니었냐"고 질타했다.

하태경 의원은 "아침에 일어나서 대외 일정이 없으면 바로 몸단장을 하지 않고 그냥 있다가 일이 터지면 그때서야 미용사를 부르는 대통령의 생활습관 때문에 국가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서혜림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