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남경필·원희룡·홍준표…야권, 박원순·안희정…'광역단체장 대선후보' 전성시대
광역시장과 도지사들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홍준표 경남지사도 8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대선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장외에서 대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일부는 대선 관련 캠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조순 전 서울시장, 손학규·이인제 전 경기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광역단체장이 대선 주자로 나선 적이 있지만 이번만큼 한꺼번에 4~5명이 물망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새누리당 시·도지사들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당내에 뚜렷하게 부각하는 대선 후보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여러 주자를 ‘링’에 올려놓아야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4·13 총선 패배로 새누리당 지도부는 상처를 입은 반면 시·도지사들은 책임론에서 한 발 비켜서 있어 부담도 적다.

야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이외 새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서 각각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만을 띄웠다가 대선 과정에서 큰 상처라도 입는다면 돌이킬 수 없어서다.

여야의 이런 당내 사정에다 각 후보들의 출마 의지가 결합하면서 시·도지사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시·도지사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발걸음은 이미 대권을 향하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6일 대구를 찾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좋은 경쟁을 하고 서로가 밀어줄 땐 화끈하게 밀어줄 것”이라고 했다. 원 지사도 “도정에 매진하겠다”면서도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 시장과 안 지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7월 초 민선 6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민생이 파탄나고 경제 성장판이 닫힌 상황에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지난 6월22일 취임 6주년 기자회견에서 “나는 특정 후보의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니다”며 대선 출마 여부를 내년 초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갈린다. 원 지사는 “대선으로 가기 위해 도지사 경험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 정치는 즉각적인 책임이 없지만 집행 권한을 가진 도지사는 반드시 실행해야 하고 공무원 사회를 직접 지휘통솔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검증이 된다”고 말했다.

민선 6기 자치단체장 임기가 절반 남았는데, 너무 앞서 나간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하지만 차기든, 차차기를 위한 몸집 불리기 차원이든 시·도지사직을 대선을 위한 발판으로 삼다 보면 아무래도 도정에 소홀하거나 포퓰리즘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