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과 자택인근서 20분 회동…"정치권 현실 너무 몰랐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서울 논현동 자택 인근을 찾은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복당 승인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여러차례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학자이자 헌법재판관 출신인 김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 헌법수첩을 들고 나와 지난 16일 혁신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진행된 복당 승인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주장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택 인근의 한 카페에서 정 원내대표와 회동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혁신비대위 회의에 대해 "제가 보건대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애당심이나 동지애도 그 자리에 없었다"면서 "윤리와 기강도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회동에서도 "당의 기강이 이렇게 엉망인데 내가 돌아가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깊다"며 거듭 자괴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난 2010년 헌법재판관직을 마치고 다른 법조인들과는 달리 변호사 사무실을 열지 않고 대학(동국대) 총장직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올곧은 길을 가려했는데 여의도 정치권에 들어와 당혹스러운 일을 당했다면서 "정치판의 현실에 대해 너무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 헌법 제1조 제1, 2항이 표지에 적힌 붉은색 소형 헌법수첩을 들고 나온 김 위원장은 회동 중에도 시종 이 수첩을 손에 꼭 쥔 채 때때로 여기에 직접 쓴 메모를 보면서 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회동 후에도 겉면에 '대한민국 헌법' '헌법재판소'라는 글이 새겨진 이 수첩을 손에 든 채 자가용에 올라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자택을 찾은 지상욱 당 대변인에게도 "헌법가치를 중시하는 내가 보기에는 당이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헌법학자로서 민주주의는 이런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