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30분만에 두차례 표결로 결정…배석자 없이 비대위원만 참석
친박 "표결 없을것" 예상했다가 뒤늦게 "쿠데타" 반발

"오늘 회의는 배석자 없이 진행합니다.

비대위원이 아닌 분들은 나가주십시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6층에서 열린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는 비대위원 11명만 참석한 가운데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을 깨고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 7명의 탈당파 의원들의 전원 복당을 전격적으로 허용하는 것이었다.

4·13 총선 이후 두 달 넘도록 제자리걸음만 걸었던 탈당파 복당 문제가 '일괄 복당'으로 매듭지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30분에 불과했다.

비대위는 이날 위원을 제외한 모든 배석자들을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고 탈당파들의 복당 문제라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회의에서는 먼저 복당 문제를 이날 결정하느냐, 아니면 다음 주에 하느냐가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수는 이날 결정을 내리자고 요구했지만 일부는 "다음 주에 논의하자"고 맞섰다.

이에 외부위원 2명이 효율성과 비밀 유지를 모두 담보할 수 있는 '무기명 표결'을 요구했고 김희옥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무기명 표결을 실시한 결과 이날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났다는 후문이다.

그러자 곧바로 선별 복당과 일괄 복당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느냐로 논의가 옮겨갔다.

가장 논란이 된 유승민·윤상현 의원을 제외한 5명(강길부·주호영·안상수·장제원·이철규)만 복당을 시킬지, 아니면 7명 모두를 한꺼번에 복당시킬지가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것이다.

당연히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간 논란이 일었고, 비대위원들은 기왕 이날 회의에서 결정을 내리기로 한 만큼 다시 표결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다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은 친박계의 의중을 따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표결 결과는 '일괄 복당'으로 정리됐다.

이날 표결 개표는 결론만 내고 구체적인 표 숫자는 공개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비밀 유지와 불필요한 분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투표함을 열어 두 가지 방안 중 한쪽이 과반(6표)을 확보한 것이 확인되면 개표를 멈추고 모든 용지를 파쇄하는 방식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설명했다.

한 비대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쪽의 의견이 6표를 넘는 순간 위원장의 확인이 끝나면 뒤집은 상태에서 나머지 용지들을 합쳐 찢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결정할 것인가 다음 주로 논의를 넘겨 신중하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치열했다"며 "막상 오늘 결정하기로 결론을 낸 뒤 복당 방식에 대해서는 큰 격론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당연직 비대위원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내내 '침묵 모드'를 지켰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비대위가 예상을 깨고 조기에 일괄 복당 결정을 내리자 친박계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내부도 당황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계 인사는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어떻게 된 일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일부 비대위원들이 비밀리에 작정하고 쿠데타를 하듯 복당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류미나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