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출마 만류에도 유기준 강행…갈라지는 친박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28일 친박계는 총선 참패에 대한 자숙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유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친박 대 비박(비박근혜)’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경선 판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의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친박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 의원은 이날 “(총선 참패에 대한) 민심을 겸허히 받든다는 차원에서 친박으로 분류된 분들은 원내대표 경선에 안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은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다”고 했다.

최 의원 측은 “출마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이 나가겠다면 말릴 수는 없다”며 “출마하더라도 친박계의 뜻과 무관한 개인적 자격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최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만큼 ‘친박계 자숙론’은 청와대와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20대 총선 당선자(122명) 가운데 친박계는 60~70명으로 분류된다.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지지표를 던지지 않으면 판세 자체가 안갯속이 될 전망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탈계파’를 주창하며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모두가 화합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마음을 열겠다”며 “앞으로 친박, 비박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출마 만류에 대해 “충정은 이해하나 지금은 계파 얘기 하지 말고 새누리당이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원회 의장 후보로 이명수 의원을 선택했다.

4선의 나경원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도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나 의원은 이날 여성 당선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는 등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정 당선자는 기자와 만나 “(출마 여부는) 확신이 서야 할 것 같다”며 “어떻게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쇄신할지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계파색채가 옅은 김재경 의원도 이날 “경선 없이 원내대표 선거가 마무리돼야 한다”며 “합의 추대를 전제로 원내대표직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