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기피? 행시 재경직 수석, 기재부 대신 행자부 선택
올해 국가직 5급 공채(옛 행정고시)에서 분야별 수석을 차지한 수습 사무관들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기재부가 독차지해온 행시 재경직 수석은 기재부 대신 행자부를 선택했다.

인사혁신처는 국가직 5급 공채 수습사무관이 연수를 끝내고 다음달 1일부터 40개 부처에 배치돼 실무수습에 들어간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에 배치되는 수습 사무관은 401명으로 중앙부처 353명, 지방자치단체 48명이다. 인사처는 수습 사무관의 시험 성적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옛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의 교육훈련 성적, 국가관·공직관에 대한 평가 결과, 부처별 희망 수요 등을 고려해 부서 배치를 했다. 일부 수습 사무관은 성적이 상위권이지만 면접 점수가 낮아 원하는 부처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5급 공채 성적 최우수자 배치 현황을 보면 필기시험에 면접과 교육훈련 점수를 합친 교육 성적 기준으로 행정직은 문체부, 재경직은 행자부, 토목직은 해양수산부, 전산직은 감사원에 배치됐다. 3차 면접과 인재개발원 교육훈련 점수를 제외한 2차 필기시험 성적 기준으로는 행정직 성적 최우수자는 국세청, 재경직은 기재부, 토목직은 국토교통부, 전산직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선택했다.

행시 재경직 수석을 차지한 사무관이 기재부 대신 행자부를 선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교육훈련과 시험을 통틀어 재경직 수석은 기재부에 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재부가 2012년 말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기재부의 인기가 다소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인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시험 성적 기준으로 재경직 1위를 차지한 사무관이 금융위원회에 배치됐다. 수석뿐 아니라 항상 공무원 선호도 1위를 차지했던 기재부는 부처 경쟁률에서 최근 들어 ‘미니 부서’인 여성가족부에 밀리기도 했다. 신임 사무관들이 세종시에 내려가지 않은 여가부를 비롯해 행자부, 금융위원회, 통일부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사처는 교육 성적 최우수자를 포함한 상위 5%의 수습 사무관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에 통보해 정부 핵심 인재로 양성할 계획이다. 인사처는 각 부처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정규임용 심사위원회를 열어 근무 성적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정규임용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