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주류 인사 물갈이 분위기 속 文측 "다들 아픈 상황이라 면구"
강원 강릉·홍천 등 단수공천된 험지서 지원유세

지난 1월 김종인 대표에게 '비상대권'을 넘기고 경남 양산에서 칩거해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본격적인 총선 지원에 나서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공천심사에서 가까운 인사들이 연이어 탈락한 상황 때문인지 마음이 무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문 전 대표는 11일 저녁 부산에서 열린 당 정책 콘서트에 참석키로 했지만 영상통화를 통해 총선 승리를 다짐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와 관련, 당 공보실은 이날 오후 문 전 대표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들 아픈 상황이라 가시기가 조금 면구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전날 정청래 의원에 이어 이날 범친노로 분류되는 전병헌·오영식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당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친노 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 친노 직계인 전해철 의원 등의 공천발표가 미뤄지면서 전운이 고조되는 미묘한 시점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행사에는 문 전 대표와 함께 정청래 의원, 손혜원 홍보위원장,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참석 대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포함됐지만, 정 의원과 조 전 비서관 등은 불참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강원도 홍천을 찾아 이곳에 출마하는 조일현 예비후보와 함께 시내를 돌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고 이후 다시 양산으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강원도 강릉에서 김경수 예비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홍천과 강릉이 열세지역인데다 이미 단수공천으로 후보가 확정된 지역이라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중앙당의 관심이나 지원을 받기 어려운 험지에서 요청이 오면 조용히 돕겠다는 생각"이라며 "본격적인 지원은 후보들이 모두 확정되는 시점에서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김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명분으로 친노 직계 인사들로까지 공천의 칼날을 조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속내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가 공천의 향배에 따라 일정 시점에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서혜림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