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김무성 경선 발표하라"…이한구 "나중에 한꺼번에"
황진하, 李에 건넨 '서청원 쪽지' 무시당하자 회의장 박차고 나가

새누리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내부의 계파 갈등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터지고 말았다.

갈등의 불씨는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한 김무성 대표였다.

김 대표는 이 지역에서 다른 예비후보들과 경쟁하긴 하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사실상 단수추천도 가능한 상황이다.

공관위는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려 김 대표에 대해서도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10일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전날 회의에서 이한구 위원장을 포함한 공관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한다.

여기서 변수가 생겼다.

바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욕설 파문'이다.

녹취록에 드러난대로 윤 의원이 지난달 27일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대상은 김 대표였다.

이 위원장은 파문의 발단이 김 대표의 '비박(비박근혜)계 살생부 찌라시'였고, 이에 대한 당 클린공천지원단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김 대표 지역의 경선 발표를 보류하자고 이날 오전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오전 10시께 시작된 2차 경선 및 단수추천 지역 발표 대상에서 김 대표의 지역구를 빼고 읽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황 총장은 당직자를 통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이 위원장에게 쪽지를 전달했다.

이 위원장의 발표보다 1시간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서청원 등 최고위원들이 김 대표의 경선을 추인한 만큼, 애초 결정대로 발표하라는 서 최고위원의 주문이 담긴 내용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 쪽지를 무시했다.

그러자 비박계인 황 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예비후보 면접을 마치고 공관위원들끼리 축조심사가 시작되자 이 위원장을 향해 "왜 당신 마음대로 하느냐"며 오후 5시30분께 공관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회의는 파행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약 1시간 뒤 당사 기자실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김 대표 지역구 경선 발표 보류에 대해 "그냥 발표를 늦추고, 또 경선을 하더라도 경선을 실시하는 시기는 다른 최고위원들하고 같이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찌라시 파문'에 거론됐던 비주류 정두언·김용태 의원에 대한 공천심사와 김 대표 심사를 연계하겠다고 밝혔던 방침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많은 반대가 있기 때문에 일단 그 부분은 현 단계에서 연계시킬 생각이 없다"고 물러섰다.

그럼에도 황 총장을 비롯한 비박계는 김 대표의 경선 발표를 이런저런 이유로 늦추는 게 모종의 '음모'가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누가 봐도 공천받을 수밖에 없는 단독신청 지역,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남권의 경선 지역 발표를 미루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다.

"다른 최고위원과 함께 발표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언급과 관련해선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일찌감치 단수추천 대상으로 발표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황 총장은 홍 부총장과 함께 이 위원장의 브리핑 직후 기자회견을 따로 열어 "당 대표가 포함된 명단을 임의로 한 사람(이 위원장)이 바꾸고 정정할 수 있느냐. 최고위에서도 강력한 의사 전달이 됐는 데도 묵살하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황 총장, 홍 부총장은 김 대표 등과 별도로 회동해 향후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간 여러 차례 경고하고, 개인적으로 조언도 하고, 공관위원들과 함께 그런 필요성을 강조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우리 위원장의 독선적인 회의 운영체제, 운영방법, 이런 것에 대해서 더이상 지켜보기 어려웠다"며 공관위 '보이콧'을 선언하고 말았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