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일 오후 3시(한국시간 2일 새벽 5시)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연기했다. 안보리는 당초 이날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고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일 밤 12시)로 순연했다고 UN 외교관들이 전했다. 외신은 익명의 미국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24시간 검토규정을 들어 연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안보리 이사국 중 마지막으로 지난달 29일 대북 제재결의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전원이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대북 결의안 초안에 찬성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로써 지난 1월6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57일 만에 전례 없는 국제 사회의 초강경 제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UN 외교소식통은 “미국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러시아가 지난달 29일 밤 제재안 초안에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상태에서 찬성하겠다는 뜻을 안보리에 통보했다”며 “이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이 모두 합의한 대북 제재 결의 초안(블루텍스트)이 곧바로 회람됐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러시아의 요구에 따라 약간의 문구 수정이 있었지만, 제재안 초안 골격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전화통화를 하고 제재안 내용을 집중 협의했다.

안보리가 지난달 25일 이사국에 제시한 제재안 초안에는 북한의 모든 화물 검색과 항공유 수출 금지, 광물거래 차단 등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망라됐다. 무기는 물론 화물과 광물,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재가 이뤄지도록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전담하는 핵심 기관과 인사 30명이 제재 대상에 추가로 올랐고, 불법 행위에 연루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난 20여년간 취해진 안보리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위로 평가되고 있다. 제재안 초안은 지난달 25일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회람·공개된 뒤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은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문건 동의 의사를 나타내지 않아 최종 채택이 지연돼 왔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