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 구도에만 기대는 전략으론 과반도 위협"
친박계 "국민 눈높이 개혁 공천으로 맞서야"
김무성 "고질병 또 도졌다" 평가절하

새누리당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에서 현역 컷오프에 이어 야권 통합 카드까지 꺼내 들며 여론의 이목을 끌고 가자 잔뜩 경계했다.

지난해 9월 공천제도특위를 구성키로 했을 때부터 지금껏 공천룰을 놓고 계파간 갈등 상황만 연출하며 정체된 반면,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 취임 이후 정책 노선과 인물에 변화를 주면서 총선 전략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외면적으로는 '그럴 줄 알았다'며 이미 예견했다는 분위기지만 '선거용 꼼수', '불륜정치'라며 자극적 비판을 내놓으며 격하게 반응했다.

위기감의 방증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15대(1996년) 총선 이후 한 정당이 차지한 최대 의석이 153석에 불과하고, 이번에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1개 지역에 후보를 한 명만 내는 방식으로 선거연대를 할 경우 부동층을 흡수하며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계기로 촉발된 야권의 분당사태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의 형성으로 180석이 넘는 의석까지 가능하다는 낙관적 전망까지 대두됐을 때와는 선거구도 체감도는 달라지고 있다.

안이한 선거 전략으로는 과반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싹트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상향식 공천에 집착하는 김무성 대표의 전략에도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 강하게 제기되면서 갈등마저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더민주의 제안은 구태의연한 꼼수로서 세상이 변하는 동안 야권만 연대쇼, 통합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면서 "원칙이 꼼수를 이기고, 정직이 거짓을 이긴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어떤 상황에서든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지켜내는 새누리당의 원칙과 힘으로 경쟁하면 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공천으로 당의 진용을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면서 우선·단수추천제와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맞춤형 공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더민주가 현역 컷오프를 통해 무능으로 낙인 찍힌 제19대 국회를 개혁하겠다는데 새누리당은 기득권만 보장한다면 바람이 야당 쪽으로 불어 과반이 붕괴되며 앉아서 죽을 수도 있다"면서 "김 대표가 빨리 개인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최고위를 비롯해 공개 석상에서 발언을 자제하던 김 대표가 야권 통합에는 즉각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평가 절하에 나선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질병'이 또다시 도졌다"면서 "통합하려면 왜 헤어졌나.

정치 구태가 다시 또 살아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야당이 컷오프 쇼를 벌이면 순간적으로는 이목을 끌겠지만 승복하지 못하는 후보가 출마해 분열되고 본선에서 패하게 된다"면서 "지역민이 원하는 후보를 내는 게 정당 민주화고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비박계의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야권의 야합은 오직 선거만을 위한 '권력용 연대'로서 비겁한 '선거용 꼼수'"라면서 "야당의 고질적인 불륜정치가 이번에도 등장한다면 야당은 국민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대표가 던진 '야권 통합' 제안 카드는 굴러가는 양상의 폭과 속도에 따라 야권내 파장에만 그치지 않고 여당에도 '거울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