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략무기 한반도 출동·한미훈련 대응 성격…'평양사수' 언급
"핵실험·미사일 도발후 내부행사 끝내고 대남·대미 도발 가능성"
제2인자 황병서, 수행자 명단 빠진 점도 주목…"도발 준비 징후"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4차 핵실험 도발 이후 처음이자 한 달 보름 만에 군(軍) 훈련을 참관함에 따라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제91수도방어군단과 제105탱크사단, 제425기계화보병사단, 제815기계화보병사단의 예하 부대들이 참가한 쌍방기동훈련을 직접 참관·지휘했다.

일단 이번 기동훈련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 이후 미군의 잇따른 전략무기 한반도 출동과 오는 3월 실시될 한미 키 리졸브(KR)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훈련의 목적에 대해 수도인 평양을 적들의 침공으로부터 사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훈련 목적으로 '평양 사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훈련이 열린 곳 역시 평양 인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은 또 "(훈련은) 어리석은 반공화국 대결 소동에 매달려 죽을지 살지 모르고 너덜거리고 있는 원수들을 마지막 한놈까지 무자비하게 죽탕(맞거나 짓밟혀 몰골이 상한 상태)쳐버리고야말 인민군 장병들의 치솟는 증오와 천백배의 복수심을 힘있게 과시하였다"고 밝혀 이번 훈련이 우리나라와 미국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했음을 시사했다.

우리 군도 훈련이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시설 타격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다음 달 한미 연합훈련의 대응차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기동훈련과 별도로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제447군부대, 제458군부대의 '검열비행훈련'도 참관했다.

검열비행은 조종사나 비행기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비행을 뜻한다.

김 제1위원장이 20일 두 훈련을 잇따라 참관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날 각각 참관한 사실을 통신이 같은 날 한꺼번에 보도했을 수도 있다.

북한군의 이번 비행훈련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군의 F-22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17일 한반도로 출동하는 등 미군이 잇따라 전략무기를 한반도로 전재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훈련에 동원된 전투기가 북한군이 보유한 전투기 가운데 그나마 신형으로 볼 수 있는 미그-23과 미그-29라는 점에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초 계획된 동계훈련 가운데 골라 김정은이 참관한 것이지만, 훈련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도 훈련을 지켜보면서 "현대전은 가장 극악한 조건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조종사들에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임무 수행을 주문, 실전을 염두에 둔 훈련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이 군부대 훈련을 참관한 것은 4차 핵실험 직전인 지난달 5일 인민군 대연합 부대들의 포사격 경기 참관 이후 약 한달 보름만이다.

그의 최근까지 공개활동을 살펴보면 김 제1위원장은 핵과학자 등에게 당 및 국가의 표창을 수여하거나 미사일 발사 성공에 기여한 과학자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4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관련 내부 행사에 치중해왔다.

이에 따라 김 제1위원장의 군사 훈련 참관 및 지휘 행보는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내부 축하 분위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대남 및 대미 도발에 나서기 위한 수순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동계훈련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김정은이 훈련을 참관한 것은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맞대응성 시위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용석 연구원도 "그동안 대외 행사에 집중해온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남한 또는 미국을 향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두 훈련의 수행자 명단에서 모두 빠진 점도 도발 준비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김 제1위원장이 최근 '대남 테러'를 위한 역량 결집을 지시했다면서 예상 가능한 도발 유형으로 ▲사이버 테러 ▲정부 인사·반북 활동가·탈북민 등에 대한 위해 ▲종북 인물을 사주한 테러 ▲북한을 비판하는 언론인에 대한 협박 소포·편지 발송 ▲지하철,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과 전력, 교통 등 국가 기간시설 테러 등을 꼽았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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