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첫 날부터 파행…연내 입법화 쉽지 않을 듯

"(발의된 지) 7∼8년이나 된 법이 대체 어딨습니까?"(최경환 경제부총리)
"야당이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최 부총리와 김 의원의 설전이다.

이 장면에는 지난 9일 끝난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10일 곧바로 소집된 임시국회로 넘어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서비스법)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팽팽한 입장 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서비스법은 정부와 여당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대표적인 법안의 하나다.

서비스산업 연구·개발(R&D)에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고, 창업·해외 진출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해 서비스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비스 분야를 하나의 '업종'에서 독립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이 법이 제정되면 2030년까지 서비스업에서 최대 69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잠재성장률이 0.2∼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언뜻 보면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별로 없는 법안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 법이 서비스산업의 규정 범위를 의료·보건분야로 확대해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비스업의 범위가 공적 성격이 강한 분야까지 확대되면 무분별한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법이 가져올 청년고용 효과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의료 공공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조항만 제외하고 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야당은 의료·보건분야를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버텨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됐다.

서비스법은 경제활성화법 중 가장 오래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기도 하다.

18대 국회에 제출됐다가 자동 폐기된 데 이어 2012년 7월 19대 국회에 다시 한 번 발의됐지만 3년 6개월째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그래서 최 부총리가 7∼8년 된 법안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서비스법 처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야당이 밀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도 기재위에 묶여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경제발전기금 등을 조성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정부가 육성·지원하자는 내용으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특정 산업이나 분야를 정부 지원 등으로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틀은 서비스법과 비슷하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회적 경제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우고, 발전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5%까지 우선 구매해 관련 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기업을 정부가 기금까지 설치하면서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64개 정부 기금도 통폐합 논의가 나오는 시점에 또 다른 기금을 만드는 것은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에도 "내년에 정년이 연장되면 고용절벽이 생겨 청년들이 절규하는데 정치권이 이념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하지만 10일 시작된 임시국회는 여야가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하는 등 첫 날부터 파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시국회에서라도 생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음에도 두 쟁점 법안이 연내에 함께 입법화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종연합뉴스) 이상원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