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수산업은 이미 20세기 초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일본 메이지유신(1868년)을 전후로 설립된 이시카와지마중공업(1853년·현 IHI), 가와사키중공업(1878년), 미쓰비시중공업(1884년)은 러·일전쟁, 2차 세계대전 등 전쟁 때마다 군수 장비를 공급하며 일본 방위산업을 이끌었다. 이들 3사는 일찌감치 군함을 제조해 러·일전쟁에서 일본 연합함대가 러시아 발틱함대를 격파하며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 3개 회사 중 가장 늦게 설립된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방산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2차 세계대전 때 명성을 떨친 세계 최대 전함 ‘무사시’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폭격한 전투기 ‘제로센’을 제작했다. 현재도 호위함, 잠수함, 전투기, 헬리콥터, 미사일 등 육·해·공 자위대의 주축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2009년 일본 자위대의 차세대 전차로 개발한 ‘10식전차’는 일본 하이테크의 결정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세계 100대 방산업체 중 미쓰비시중공업은 매출 32억4000만달러(2013년 기준)로 27위에 올라 있다.

1906년 일본 최초로 잠수정을 건조한 가와사키중공업은 지금도 미쓰비시중공업과 공동으로 잠수함을 생산하고 있다. 1954년 최초로 헬리콥터를 자위대에 공급했고 다양한 미사일을 생산 중이다.

일본 전자기계 업체들도 군수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방산기업 매출 순위 68위인 미쓰비시전기는 2차대전 중 무선통신기와 계기, 모터 등을 제작했다. 전투기, 호위함, 전차 등에 탑재되는 전자기기와 레이더, 정보통신 시스템, 미사일 등도 생산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