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8일 광주 송정 5일시장을 찾아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8일 광주 송정 5일시장을 찾아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예산 증액·보훈처 예산 삭감 여야 '기싸움'
발목 잡힌 예산안

연내 처리를 목표로 내년 예산안 심사를 벌이고 있는 여야가 복지예산 증액과 국가보훈처 예산 삭감 문제 등을 놓고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부 예산사업의 증·감액 방향에 대한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다, 국가정보원 개혁방안 등 정치적 쟁점과 맞물려 여야가 약속한 30일 본회의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예산안은 세법이 개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기 때문에 세제 관련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옛 계수조정소위)는 29일 감액 심사과정에서 보류해놓은 사업과 이견이 있는 증액 사업에 대한 물밑 조율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20여개의 심사보류 사업 중 100여개는 이미 잠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나머지 사업은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새마을운동 관련 등 그동안 ‘박근혜표’ 예산으로 분류돼 논란이 됐던 사업들은 일부 깎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국가보훈처 부분은 여야 간 여전히 의견차가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선 개입 논란에 휘말렸던 국가보훈처의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며 기본 경비 10% 삭감, ‘나라사랑교육’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선 개입이라는 억지주장을 하며 정상적인 예산편성에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복지예산 확대에 대한 여야 간 입장도 예산안 처리의 변수다. 민주당은 복지예산 가운데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추가 인상(10%포인트→20%포인트) △초·중학교 급식 국고지원 확대(4677억원)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487억원) △학교 전기요금 지원강화(1100억원) 등 부문에서 증액이 필요하다고 버티고 있다. 새누리당은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쌀 목표가격 인상폭을 둘러싼 의견차로 파행을 겪고 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30일 본회의가 열리기까지 합의안을 이끌어낼지도 주목된다. 농해수위는 쌀 목표가격 협상에 시간을 허비하며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유일하게 소관부처 예산안을 아직 예결위로 보내지 못했다.

여야는 17만9686원을 제시한 정부 안과 19만5901원을 제시한 민주당 안을 절충해 마련한 중재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제시됐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재정지출 증가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과 예산안을 연계키로 한 만큼 여야 지도부 간 협상 상황에 따라 예산안 연내 처리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며 “정치쟁점에 대한 지도부 간 큰 틀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예산 증·감액 관련 이견도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민주당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민 생입법 촉구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민 생입법 촉구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국정원 개혁 합의안 거부"…특위, 타결 불발
난항 겪는 국정원 개혁안


여야가 최근 잠정 합의한 국가정보원 개혁안에 대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9일 거부하면서 협상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어 이날 양당 원내 지도부 회담, 국정원 개혁 특위 간사 간 회담 등이 잇따라 열렸지만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양당은 올해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30일에도 막판 절충을 통해 최종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김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정원 개혁 특위 여야 간사 간에 잠정적으로 의견 접근을 이룬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위의 양당 간사인 김재원 새누리당·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정치에 직접 관여한 국정원 직원 등 공무원들의 법적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최소한의 국정원 개혁안조차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국정원의 전면적인 개혁과 특검 도입을 위해 모든 당력을 총동원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면서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국정원은 그 직원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언론사, 기업 등에 파견 또는 상시 출입하게 하거나 담당자를 지정해 동향 파악, 사찰, 감시 및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정보 수집에 종사하도록 해선 안 된다”며 “이 같은 조항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당 간사의 잠정안 발표에서는 상시 출입 금지가 포함되지 않았으나 양측은 이 문제를 법률이 아닌 국정원 내규로 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 문제는 지난 9월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강조해서 약속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국정원이 일체의 기관 출입이나 파견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정치(개입)는 일절 하지 않는 걸로 하고, 국정원이 해야 할 본연의 일만 철저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서너 차례나 되풀이해 강조했다고 김 대표가 전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 직원의 상시출입 제도 폐지를 법률로 명문화하는 것과 함께 일반 공무원, 군인 등에 대해서도 정치 개입에 따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양당은 국정원 직원의 직무집행 거부권과 내부고발자 보호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이를 일반 공무원이나 군인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에는 이견을 보였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 대해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본인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강력히 투쟁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아하고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양당 간사 간 협상에서 여야는 공무원과 군인의 직무집행 거부권과 내부고발자 보호를 공익신고자보호법을 통해 법제화하기로 의견 일치를 봤으나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