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본 필요없다고 판단해 제가 담당부서에 미이관 요청"
"2000년 회의록도 국정원만 보관…국정원 넘기며 절차 끝났다 생각"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17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기에 중요한 문서의 유출에 유의해 잘 관리해야 한다', '남겨지는 게 없도록 하라, 분실·유출 위험이 없게 하라'고 얘기를 해서, 저희가 나름대로 판단해 보존할 필요가 없는 초안에 대해 기술적 조치에 의해 처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노무현재단에서 재단 관계자들과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지원(참여정부 문서관리시스템) 회의록을 삭제하라든가 이관하지 말라든가 하는 지시를 받은 기억은 전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국정원과 협조해 (초안의) 수정을 완료한 뒤 2007년 12월말 실장, 수석 등 다른 분들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안건과 함께 이를 보고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최종본을 국정원에 보내 차기 대통령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볼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 기억은 없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아 "2000년 정상회담 회의록의 경우 국정원만 보관하고 있더라. 그래서 2007년 회의록 처리 절차도 국정원으로 넘어가면서 끝났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시를 참고로 안보실장 등 실무진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종본을 이관하니 초본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담당부서에 초안은 이관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제가 요청을 했을 것"이라며 "남북회담에 많이 참여해봤지만 최종본이 나오면 초안은 다 폐기처분했다.

초안을 보존한 것은 관행상 없었다"고 일축했다.

조 전 비서관은 다시 국정원에 넘긴 최종본과 국정원이 지난 6월 공개한 대화록이 동일한지에 대해선 "한자한자 비교하며 읽지는 못했다"면서도 "빠르게 본 바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안 자체는 복잡한 동기나 고의가 있었던 게 아니라 단순하고 간단한 문제"라며 "검찰에 가서 설명하면 간단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검찰 참고인 조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데 대해선 "전체적인 기억이 상당히 제약적"이라며 "검찰이 자꾸 유도질문을 하니 최종본을 메모보고하면서 초안은 보고할 필요가 없어 조치를 취한다고 돼 있다는 부분을 충분한 설명 없이 언급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7∼8월 (조사 당시)에는 (1월 진술이) 잘못된 진술이었다고 검찰에 여러 차례 충분히 설명을 했다"며 "검찰이 그런 부분은 인용하지 않고 (제가)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종본 완성작업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선 "안보정책실이 청와대 내에서 이관 문서가 가장 많았다"며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 등에 다 관여를 하면서 (서해평화)특별지대 구상에 대한 PPT(파워포인트) 작업 등 여러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임형섭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