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 - 독주하는 국회권력] 19대 국회 불편한 진실…1년2개월간 67일 일하고 일당 253만원
‘일당 253만1700원.’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의 고위 임원이나 글로벌 투자은행가 등 고액연봉자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다소 의외로 들릴 수 있지만 한국 국회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 활동의 중심인 모든 회의 시간만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이 2012년 6월부터(제308차 임시국회) 올 8월(317차 임시국회)까지 19대 국회가 출범한 뒤 1년2개월 동안 이뤄진 국회의 공식적인 회의 시간을 모두 합산한 결과 일반 근로자의 근로시간(하루 8시간) 기준으로 고작 67일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3796만원(일반 수당+입법활동비+관리업무 수당 등)이다. 여기에 회기 중 나오는 하루 약 3만원의 특별활동비를 수령하면 연간 1억4700만원가량(19대 열린 정기·임시회에 100% 참석 가정)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일하지 않는 날이 많다. 최근엔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문제로 한 달 이상을 허송세월했다. 그래도 꼬박꼬박 세비를 챙기는 게 한국 의원들이다.

일 안 하는 국회

취재팀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뒤 임시·정기국회에서 열린 모든 공식회의 시간을 전부 계산했다. 본회의,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와 소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각종 특위, 국정감사, 청문회, 공청회 등 국회에서 열린 모든 회의를 포함시켰다. 본회의는 총 174시간이었다.

또 각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산하 소위원회가 열린 시간을 모두 합한 결과 총 3780시간이었다. 16개 상임위의 평균을 내기 위해 상임위 개수인 16으로 나눴더니 236시간이 나왔다.(특위는 각 상임위원들이 중복으로 참여하는 만큼 모수에서 뺐다) 한 개 상임위당 236시간의 회의를 열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19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조사 시간을 모두 합한 결과는 1336시간이었다. 이 역시 16개 상임위 평균을 냈더니 83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회기 중 열린 각종 청문회와 공청회 시간을 모두 합했다. (청문회는 회당 10시간, 공청회는 회당 3시간 가정) 총 722시간이었다. 상임위당 평균 45시간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일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6013시간으로 평균은 539시간이었다. 의원 한 사람당 539시간의 공식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이를 하루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으로 나눠 총 근무일수를 계산했다. 그리고 국회 의원의 1년2개월 급여(약 1억7100만원)를 근무일수로 나눠 일당을 산출했다. 그렇게 나온 게 67일 근무에 일당 253만원이다. 자료는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회 경과보고서와 각 국감의 회의 의사록을 참고했다.

물론 의원들은 국회 공식회의 외에 각종 이벤트가 의정활동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공식활동 외에 입법을 위한 개별 토론회나 연구활동 등을 수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비공식활동은 공식활동 시간의 절반 정도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짝수 달에는 국회가 자동으로 소집되고 9월부터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1년 중 절반 이상을 국회에서 활동하게 되며 그 중심은 위에서 말한 각종 공식행사 참석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의원의 상당수가 국회를 비우기 때문에 의원회관에서 의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수는 지역구 관리를 위해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의원들의 주장을 반영해 국회 내 활동을 한 시간만큼 밖에서 지역구 관리가 아닌 입법을 위한 여러 활동을 했다고 가정해도 1년2개월간 100일 남짓 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흘에 한 번 일한 셈이다.

국회의원들의 연간 일정 자체가 ‘놀기 좋게’ 돼 있다. 일단 국회는 원칙적으로 짝수 달에만 열린다. 정기국회는 9월1일 시작해 100일 동안 열린다.

그렇다고 짝수 달에 매일 나와 국회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18대 국회의 경우 4년간 본회의 개회일수는 173일, 의원 평균 출석일수는 152일에 그쳤다. 여기에 15~18대 국회를 살펴보면 각각 원 구성에 39, 17, 47, 88일이 걸렸다. 평균 한 달 보름을 놀았다는 얘기다. 19대도 33일 지각 개원했다.

일 안 해도 나오는 연봉

의원들의 태업 배경에는 이 같은 ‘정액 연봉제’ 문화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수당의 대부분은 활동과 상관없이 때가 되면 꼬박꼬박 나온다. 국회의 파행적 운영이나 회의 불참에도 의원들이 받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통하는 다른 직장들과 완전히 다르다.

연봉도 스스로 결정한다. 한국 의원들의 급여 결정 방식은 ‘국회 단독 결정’형이다.외부 기관의 권고에 따르는 캐나다 영국 호주 이탈리아, 물가상승률 등에 자동 연동되는 미국 프랑스 등과는 다르다.

한국 국회는 수차례 근거 없이 일반수당과 특별활동비를 슬그머니 인상했다. 19대 때 스스로의 세비를 20%나 올린 게 대표적이다. 특히 1998년엔 ‘급여 인상을 위한 개정법률은 그들 의원의 임기 중에 효력이 없다’는 국회법 조항까지 삭제했다. 임기 중 아무때나 연봉을 올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 특별취재팀

손성태 차장, 김재후 이태훈 기자(이상 정치부), 주용석 차장대우, 런던·스톡홀름=김주완 기자(이상 경제부), 이태명 기자(산업부), 장진모 워싱턴 ·안재석 도쿄 특파원, 남윤선 기자(이상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