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진보교육감 4년 임기 못 채우고 중도하차
무상급식 주민투표 승리 후 한달만에 구속

진보성향 인사로는 처음으로 서울교육의 수장을 맡았던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이 결국 중도하차했다.

교육계에선 무명(無名)이던 그는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가 돼 군소후보로 쪼개진 보수진영의 이원희 후보를 1.1% 포인트차로 누르고 제18대 서울시교육감이 됐다.

그는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이던 1990년대 말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에 관여하면서 진보진영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1년 민주당의 추천으로 인권위 초대 비상임위원에 임명됐고 2005~2007년 인권위 사무총장을 지냈다.

인권에 집착해온 경력 때문에 '인권근본주의자'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급진 좌파성향이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2010년 7월1일 공식 취임한 그는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핵심공약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큰 갈등을 빚었다.

특히 곽 교육감과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도입을 두고 정면 대결했고 '포퓰리즘' 논쟁의 대척점에 섰다.

지난해 8월24일 시행된 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면서 대결은 곽 교육감의 승리로 끝났다.

주민투표 무산은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이어졌고 이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안철수 대선 후보를 정치무대에 나서게 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무상급식 투표 무산으로 큰 승리를 맛본 직후인 8월26일 검찰은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대가로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박명기 교수와 박 교수 동생을 체포했다.

결국 곽 교육감은 지난해 9월21일 사후매수죄로 구속기소돼 4개월간 복역했으나 올해 1월19일 1심에서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어 4월17일 열린 항소심은 그에게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조건부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곽 교육감은 업무 복귀 직후 교과부와 갈등을 빚던 학생인권조례를 즉각 공포해 지난 3월부터 시행되도록 하는 등 일부 핵심 공약사항을 재추진했다.

하지만 진행되는 재판에 대한 부담과 보수 교육계의 사퇴요구 등 반발에 부딪히면서 이전 같은 추진력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곽 교육감 측은 이번에 적용된 사후매수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공직선거법상 사후매수죄로 실제 처벌된 사례는 곽 교육감이 처음이다.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곽 교육감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