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국제사법재판소 단독제소 문안 검토 착수

일본 정부는 한국에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제안한 21일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치권도 한국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9시39분쯤 독도 관련 관계 각료회의를 시작해 오전 10시14분쯤 종료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안의 비중을 반영하듯 노다 총리를 비롯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 등 내각의 핵심이 모두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노다 총리는 강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비판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한국 측이 사려 깊고 신중하게 대응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입장과 배치돼 매우 유감이다.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 측에) 정정당당하게 제소에 응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11시 조금 넘어 총리 관저 기자실을 찾은 후지무라 관방장관은 각료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이날 중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한일협정에 근거한 조정 제안을 한국에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독도 제소 거부와 관련 "글로벌 코리아를 내세우는 한국이 일본의 제안에 확실하게 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독도 문제의 제소 외에 추가 대응책(보복책)도 논의됐다.

각 부처가 동원 가능한 대책이 모두 망라됐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 한국 국채 매입 계획 철회,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 불찬성 등의 대응책에 대한 구체적 결정은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다만 한국과의 실무급·차관급은 물론 각료급 회의 중단, 다음 달 러시아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국과의 정상회담 유보 등은 실천하기로 했다.

또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조정 신청을 거부할 경우 단독제소로 전환하기로 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출할 소장의 문안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소장에는 독도가 일본영토임을 입증하기 위한 역사적 경위와 국제법상의 근거 등을 상세하게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2∼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 내에서 보복책을 둘러싼 이견도 노출됐다.

아즈미 재무상은 10월이 시한인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의 규모 확대 조치를 유지할지 여부와 관련 "백지상태"라고 밝혀 통화스와프의 중단과 축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마쓰시타 다다히로(松下忠洋) 금융상은 "한일 통화스와프는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제도"라면서 "한일 양국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통화스와프 규모의 재검토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도 한국 때리기에 가세했다.

지한파(知韓派) 정치인으로 알려진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정조회장은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와 관련 "외교상 무례로 용인할 수 없다"면서 "강력한 분노를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당의 실력자로 우익 정치인 모임인 '창생 일본'을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전대미문의 폭거"라고 규탄했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한국 때리기는 차기 총리감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정점을 이뤘다.

하시모토 시장은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가 없다"며 "있다면 내놓으라"고 한국을 자극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