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캠벨 내주 中-韓-日 순방..4~5일 서울 올 듯
中 공산당 사절단 방북할 듯..러 6자수석 교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도기간이 29일 공식 종료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새판짜기를 겨냥한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4강의 전방위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한ㆍ미ㆍ일ㆍ중ㆍ러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명분으로 북한과의 양자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교섭에 나서고 있고, 북한도 '유훈통치'에 따라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아 6자회담 재개 흐름이 급속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을 관장하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다음주 중으로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동북아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은 4∼5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캠벨 차관보의 이번 순방은 김정일 사망 이후 첫 미국 고위당국자의 동북아 방문으로, 한반도 정세운용과 관련해 관련국들의 입장이 정리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특히 한반도 주변질서를 이끄는 미ㆍ중 양국은 켐벨 차관보의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6자회담 재개 국면을 추동해내기 위한 전략적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향배가 주목된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계획 중이던 북미 3차대화가 김정일 사망으로 중단됨에 따라 이를 재개하는 방안을 관련국들과 집중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국은 김정일 사망 직전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 수용에 동의하고 미국은 대규모 영양지원을 하는 내용에 합의하고 22일 베이징(北京)에서 북미 3차대화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한국과의 공조 틀 속에서 북한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북미 3차대화와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미 중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 국무부에서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조건하에서 대화과정이 재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미국 측과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현재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의 실무접촉을 유지하며 북한의 구체적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측으로부터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조치를 수용한다는 입장이 확인될 경우 다음달 초ㆍ중순에 베이징에서 북미 3차대화를 개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다음달 23일 설을 전후해 당(黨) 대 당(黨) 연례방문 형식으로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비롯한 고위급 사절단을 평양에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밝혔다.

중국은 이번 방문에서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하고 방중을 정식으로 초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조선의 영도자가 편리한 시기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북한 측과 대북 식량지원과 경제협력 문제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연초 북한에 쌀 등 식량 50만t을 긴급 원조하고 원유도 20만t 이상 무상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29일 "중국은 추도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각적으로 북한측과의 접촉을 전개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김정은 방중초청과 식량지원을 놓고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6자회담 수석대표 등 한반도 업무라인을 조정하고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 6자회담 수석대표인 보로다브킨 차관을 주(駐) 제네바 대사로 발령내고 후임에 마르굴로프 현 아주국장을 임명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일본은 대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ㆍ미ㆍ일 공조' 틀을 활용하기로 하고 다음달 16일께 미국 워싱턴에서 3국의 한반도 정책담당자간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중국과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 내달 중 러시아와 일본을 방문하며 외교적 교섭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외교적 움직임 속에서 북한 김정은 체제가 다음달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어떤 내용의 대외ㆍ대남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한반도 정세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