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가 않네요. 대입 눈치작전 같아요. 그나마 빈 곳은 경쟁자들이 넘치고…."

19대 총선이 1년 안짝으로 다가오면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최근 들어 고민이 깊어졌다. 한나라당 당규에는 비례대표 의원은 두 번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재선을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를 찾아 공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바람이 분 덕분에 이미 전국 245개 지역구 가운데 150개를 동료 의원들이 차지했다.

이들이 취약지역인 호남권과 충청권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영남권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원로나 '맹주'들이 버티고 있다. 그나마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은 수도권이며,그중에서도 서울이다.

서울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현재 48개 지역구 가운데 40개를 이미 동료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8개 지역은 "한나라당 바람이 불었던 18대에서도 민주당에 내준 필패(必敗) 지역"(한나라당 한 비례대표 의원)이다.

다행히 틈이 보인 곳이 있다. '마포을(乙)'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했지만,작년 여성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당에서 제명됐다. 따라서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하면 당 소속 현역 의원과 싸워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아들인 김성동 의원이 가장 발빠르다. 김 의원은 지난달 마포구 망원동에 사무실을 내고 직원 3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최근 같은 구 창전동으로 이사도 했다.

여성 의원들도 달려들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조윤선 의원은 현재 살고 있는 서초을과 함께 이 지역도 노리고 있다. 지역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미리 할 수 있다는 이점도 고려 요인 중 하나다.

여성계에 발이 넓은 김금래 의원도 이름이 거론된다. 김 의원은 여성단체 본부가 마포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여기고 있다.

고향이 경기도 용인인 이은재 의원도 용인과 함께 마포을도 고려 중이다. 용인 기흥구의 인구가 많아져 지역구가 하나 더 늘면 용인으로 기울겠지만,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떻게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김소남 의원 등까지 합하면 마포을에서만 10여명의 의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강남을도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관심사에 올랐다. 현재 지역구 의원인 공성진 의원이 경기도 모 골프장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이곳에는 배은희 원희목 이두아 의원 등이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 및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현경병 의원도 노원갑이지만 이 지역에선 한나라당의 승률이 떨어져 관심은 비교적 덜하다.

김재후/구동회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