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점거 국회'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지난 17일 시작된 야당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점거는 21일 닷새째로 역대 최장 농성기록(1985년 신민당 4일)을 갈아치웠다. 야당이 새해 예산안 때문에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하는 사례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를 보여준다. 국회파행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동의안 연내처리도 사실상 물건너가 국제신인도에 흠집을 남기게 됐다.

◆올해 225일 회기일 중 47일 점거

21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 들어 총 225일의 회기일 중 47일(20.9%)이나 점거 사태가 빚어졌다. 여야의 미디어법 대치로 지난해 12월26일 국회 로텐더홀 점거에 들어간 민주당 의원 20여명은 해를 넘겨 올 1월6일까지 열흘이나 철야농성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사안으로 6월에도 21일 동안 로텐더홀을 점거했다. '의장석을 먼저 장악해야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막을 수 있다'는 악순환은 여당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한나라당은 3월 초 의원 70여명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촉구하기 위해 로텐더홀에서 사흘간 철야 농성을 벌였고,7월에는 8일 동안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등원 거부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공전한 일수는 21일 현재 149일이다. 개원한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등권 거부 일수가 무려 5개월이나 되는 셈이다. 1차 '입법전쟁'이 벌어졌던 지난 1월 임시국회는 한 달간의 회기 중 전체 회의시간이 3시간9분에 불과했다.

국회사무처가 집계한 18대 국회의 각종 점거 기록을 살펴보면 △본회의장 최장 점거 12일 △국회의장실 최장 점거 14일 △전 상임위 회의장 동시 점거 최초 △로텐더홀 최장 점거 20일 등이다.

◆민생은 골병

법안처리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18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제출된 법안 6301건 중 처리법안은 2209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4530건은 상임위 계류 중이거나 상정조차 안 됐다. 민생법안 처리도 뒷전이다. 당초 올 1월 실행 목표였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처리 지연으로 매일 12억원씩 추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만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할 연금 보전액이 2조원이 넘는다. 지난 8월까지 1년간 활동했던 국회 내 10개 특위는 매달 1억원씩 세비를 지원받으면서도 평균 5.3번의 회의만 열었고 특위 절반은 안건처리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아프가니스탄 파병동의안의 연내 처리도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최근 아프간 파병동의안의 국회 심의 및 처리시점을 내년 2월로 연기하기로 구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파병동의안의 연내 처리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반대해 왔다. 이와 관련,국방부는 "파병동의안이 금년 내 국회를 통과해야 내년 7월에 파병할수 있으며,약속한 파병 일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국제신인도가 추락할 것"이라며 연내 처리를 요청했었다.

이준혁 기자/이동수 인턴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