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이후 대표적인 남북경협 기업으로 손꼽혀온 로만손이 개성공단에서의 추가 투자를 포기했다.

김기석 로만손 사장은 지난 11일 오후 여의도에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현재 북측 인력의 기술 적응력이나 임금 수준은 매우 양호하지만 정치적인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며 "기존 공장 이외에 추가로 구입했던 부지를 최근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향후 시계 생산량을 늘린다면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만손은 2007년 2차로 분양받은 개성공단 본 단지 내 약 5000평(1만6500㎡) 규모 공장부지의 토지이용권(50년)을 지난 10월 말 전자업체 비에스이에 9억7000만원에 팔았다. 분양가 8억7000만원에 이자 등 조달비용을 고려한 가격이다. 당초 로만손은 이 부지에 시계 및 주얼리 생산공장을 증축할 계획이었다.

회사 측의 이 같은 결정은 개성에서 시계 생산량을 더 늘릴 경우 남북관계 요동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더 커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만손 개성공장이 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되는 양상이다. 패션 · 주얼리 사업의 호조로 시계부문 매출이 전체의 32%으로 줄어들었고 이 중 60~70%만 개성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로만손은 개성공단 시범단지 대지 약 2600평(8663㎡)에 총 61억원(협력업체들의 임대보증금을 뺀 순투자액은 52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2855평(9439㎡)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계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직원 등 총 1500여명을 입주시키고 있으며 월 시계 생산량은 3만~4만개 수준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