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정책적 색깔은 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났다. 정 후보자는 교수 시절 강하게 비판했던 4대강살리기,감세(減稅) 등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 '지지' 또는 '용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 기조를 가졌던 것에 대해 "대학 교수로서 건설적 비판인이 되고자 했다"며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 친서민 정책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소신 없는 말바꾸기"라는 야당의 공격에 "학자의 소신과 정부정책을 추진하는 총리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고 반박했다.

◆감세 신중론은 유연,규제 완화는 적극적

정 후보자는 우선 감세정책에 대해 "현 정부는 고소득층 · 대기업에 대한 과세혜택을 축소하고 중산층과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부자 감세'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인세 · 소득세 인하 등 감세 기조를) 다시 바꾸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고려할 때 어렵다"면서 "감세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 감세정책을 유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경석 한나라당 후보의 '감세 반대론자냐"는 질문에 '감세 신중론자'라고 답하는 등 교수 때에 비해 훨씬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다.

규제완화에 대해 정 후보자는 "최근 수년 동안 기업 투자가 부족한 데는 규제가 많고 경제정책 일관성이 없어 투자마인드를 키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케인스가 지적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심리적 요인이야말로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자극하기 위해 한국처럼 6~7개 산업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나라에선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민간 주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해 "금융권 자체의 노력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감독 강화 추세가 있는 만큼 한국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감독기능 강화에 무게를 뒀다.

◆출구전략과 한은감독권

정 후보자는 경기부양책에 이어 출구전략 시기를 묻는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어느 때가 적당한지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언제 출구전략을 써야 하는지 잘 모른다"면서 "다른 경제학자들도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개정과 관련해선 "과거 경제부처 수장격인 부총리가 없는 만큼 총리에게 여지가 있다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조금 더 감독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기싸움에서 일단 한은의 손을 들어준 셈으로 재정부와의 갈등 소지도 없지 않다.

이준혁/김형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