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단행한 개각은 `정치인 입각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장관으로 발탁된 6명중 절반인 3명이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나라당 임태희(노동부 장관), 주호영(특임 장관), 최경환(지식경제부 장관) 의원 등이 입각,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이명박 정부 내각에 5명의 정치인이 포진하게 됐다.

16명의 장관중 3분의 1가량이 `여의도 정치인'으로 채워진 것.
이 같은 정치인 대거 발탁은 무엇보다 당정, 나아가 민심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및 친(親)서민 행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민심읽기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민심읽기 전문가'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의원은 "당은 여론과 민심에 따라 정치를 하는 곳"이라며 "그런 곳에서 뼈가 굵은 사람들이 장관으로 가게 되면 국민이 바라는 소위 민심 부합 정책이 생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당정 소통 강화를 위한 시스템 정비가 수차례 있었지만, 정책 잡음 및 엇박자가 이어져 왔다는 점도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내각의 문호를 넓힌 배경으로 꼽힌다.

당정간 가교 역할을 할 특임장관직을 신설한 점도 당정소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임장관은 앞으로 최고위원회의, 주요당직자회의 등 당의 주요 회의에 참석할 전망이다.

나아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정무적 감각을 적극 활용,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의 우선순위 및 조합을 만들고 정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은 이번 개각에 정치인 3∼4명의 입각을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앞서 이뤄진 두차례의 개각에서 `정치인 기용'이라는 당의 요구가 묻혀왔던 것과 비교할 때 대대적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를 이 대통령의 `신(新) 여의도 정치'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과 잇따라 접촉해온 이 대통령이 개각을 통해 당과의 접촉면을 대폭 넓힘으로써 집권 2기 국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나라당에는 힘이 부쩍 실리게 됐다.

당 일각에서 `집권여당 맞느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정 전반에 있어 당의 위상도 새롭게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핵심 당직자는 "이번 개각으로 `한나라당 정부'의 면모 및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친이(친이명박) 진영에서 2명(임태희, 주호영),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 1명(최경환)을 나란히 중용한 점을 놓고 이 대통령이 당내 통합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당내 친이.친박의 화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이 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한편 개각에 앞서 여성 의원의 입각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한 것은 여성 의원 배제에 따른 위로 성격도 있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