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북한 조문단과 면담을 한 계기로 남북 관계가 '패러다임 전환'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패러다임 전환이란 과거 정권이 남북 관계를 동족 개념을 바탕으로 접근한 측면이 강했다면 이제는 국제적인 보편 타당한 관계로 발전해야 남북 관계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이다. 다시 말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이라는 상대를 과거 정권처럼 '유화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실마리를 풀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정부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구상이 경협 차원의 교류에서부터 핵문제 해결까지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햇볕정책은 당시 상황에서 소임을 다했지만 이제는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고 교류하면 (북한이) 바뀐다는 전제는 달라져야 한다"면서 "햇볕정책을 시작했을 때와는 국제 환경 및 남북 관계의 틀과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과 북한 정세 변화가 남북 관계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틀을 통한 대북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닥을 친 듯한 남북 관계가 앞으로 개선될 공산은 크지만 급속한 진전을 보일지 걷다 서다를 반복할지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