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조용한 휴일 아침에 날아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대한민국은 깊은 슬픔과 충격 속에 빠져들었다.

부패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오던 노 전대통령이 퇴임 1년만에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자 시민들은 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야와 암살,구속 등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가 또 한번 되풀이 된 대한민국 정치사에 긴 한숨을 토해냈다.

오전 9시께 TV 뉴스속보를 타고 흘러나온 노 전태통령 서거급보에 일부 시민들은 주말 나들이 계획을 취소하고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민들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비보를 접하고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중이던 시민들은 노 전대통령의 서거원인과 경찰의 브리핑 등에 귀를 기울이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역과 대구역 대전역 등 전국의 주요 역에선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TV 앞에 몰려들어 한 동안 뉴스에 눈을 떼지 못했다.

충격과 안타까움에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엔 근조를 표하는 시민들의 글이 이어졌다.

주말을 맞아 휴식을 취하던 국회와 각 정당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여의도로 급히 돌아와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여야 지도부는 잇달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경위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호주를 방문 중이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일정을 중단하고 긴급 귀국키로 했다.

중앙부처 공직자들도 ‘급보’에 택시와 자가용을 이용해 급히 정부청사에 집결했다.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은 노 전대통령의 장례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긴급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도 예상치 못한 사건에 깊은 충격 속에 빠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너무나 갑작스럽고,충격적이다”고 밝혔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러한 일이 반복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비극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탄서거,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의 구속,김영삼·김대중 전태통령 친인척 구속 등 불행이 끊이지 않아사더다.

소설가 박범신(서울문화재단 이사장)씨는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우리 정치가 언제나 어두운 갈등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 암담하다.

어느 쪽의 잘잘못인지를 떠나서 우리 정치가 합리성이 결여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