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문가들은 15일 개성공단 문제에 관한 북한의 통지문에 대해 공단 폐쇄도 염두에 두고 남한 정부를 최대한 압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를 개성공단 문제와 함께 논의하기보다는 별개 사안으로 풀어야 하며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당장 공단을 폐쇄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이명박 정부에 공을 넘긴 채 상황을 최대한 벼랑 끝으로 몰고 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유씨 문제와 공단 문제를 연계해서 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다.

별개 사안으로 분리 접근해야 한다.

개성공단 문제는 우리 정부와 기업간, 정부와 민간간, 국민 사이의 남남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좀더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과 냉각기가 필요하다.

정부는 즉자적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좀더 분석해 보고, 비공식 수단도 동원해 보고, 중국이나 미국 등을 통해 북한의 강경 입장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북한의 요구를 100% 수용할 수도 없으므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하니 북측 주장을 정면으로 되받아치기보다는 전반적인 상황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 실무접촉 수준에서 이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 커졌다.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남과 북 모두의 최고 지도자 차원의 판단과 결단이 요구된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 북한이 남한의 기본적인 대북정책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남한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폐쇄하겠다는 것을 경고, 암시한다.

남한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6.15 및 10.4 선언이 이행되지 않는 한 공단이 폐쇄돼도 손해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동안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을 도와준다', '개성공단이 북한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인식이 잘못이라는 게 이번에 입증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비핵.개방.3000' 구상 등 북한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전제로 제시했기 때문에 북한은 내부적으로 오래 전에 방침을 세웠다고 본다.

다만 먼저 폐쇄한다고 하지 않고 남한에 압력을 가해 스스로 그만두게끔 하려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국제적으로 해결을 시도하고 북한과는 10.4선언 이행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에 서로 이익이 되는 곳인데 안타깝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6.15, 10.4 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는 대남 압박 성격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여전히 스스로 닫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완전 폐쇄는 아니고 아직 여지는 있다.

개성접촉에 대해 정부의 기대처럼 유씨 문제를 포함해 여러가지 남북간 공식적 현안을 논의하는 대화의 틀로 가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평가, 작년 말로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하고 그 기조 하에서 강경하게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대단히 어려운 시기다.

남북 대화를 진행할 계기가 없어 당분간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

실기한 상황이다.

북한이 대남 대화의 내부적인 필요성을 느끼는 동시에 남한은 대북정책 전반의 전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생물과 같아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다.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 개성공단은 6.15선언에 기초해 남북이 공동번영할 수 있는 화해의 상징으로 내놓은 곳인데, 남한이 북한을 변화시키고 개방하는 도구로서 개성공단을 활용하려는 데 대한 북한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6.15선언의 정신이 부정되면서 개성공단의 상징적 의미가 흔들리는 것,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일방적 특혜를 받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 북한이 공단에서 버는 현금 이득에 목을 매는 것처럼 얘기되는 것 등에 대한 불만이다.

북한이 토지사용료를 내년부터 받을 것이며 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다만 임금 인상수준은 남측과 협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데, 북한의 이러한 조치들을 우리 기업이 수용할 수 없으면 폐쇄로 가게 된다.

입주 기업 입장에선 북측의 요구를 다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단에서 철수할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