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억류·북핵상황·입주기업들 '원칙론' 반영

남북한 당국자가 현정부 출범 후 양자현안을 놓고 처음 북한 땅에서 만났던 `개성접촉'이 있은 지 29일로 만 일주일이 경과하면서 정부 안에서 대북 `신중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개성접촉 이후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조기에 다음 접촉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 도드라지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분한 접근' 쪽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이 같은 정부의 기조는 28일 현인택 통일장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현 장관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후속 남북대화 시기와 관련, "정부가 구체적으로 언제 하겠다는 결정을 한 바 없다"면서 "다만 현재 북이 협상의제로 제의한 것이 있고 우리도 (북과) 논의해야 될 의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고 기업들의 의견도 광범위하게 청취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시기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풀어 보면 임금인상, 토지사용료 조기 지불 등 북한의 요구사항 뿐 아니라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모씨 문제의 해결, 공단내 남측 인원 신변안전 확보, 개성공단 기업환경 개선 등 우리의 관심사까지 한데 묶어 협상 의제에 균형을 맞춰야 하며 그러려면 사전 조율과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정부의 신중론에는 무엇보다 유씨 문제가 주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 장관이 28일 `억류직원 문제가 앞으로 있을 대북 협상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협상에서 이 문제(억류직원문제)가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한 것은 유씨 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협상이 성과 있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내여론을 감안할 때 한달간 접견조차 못한 채 억류돼 있는 유씨 문제에 대해 최소한 논의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북한의 요구사항을 놓고 남북협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임금인상 등 북한 요구의 이해당사자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역시 기업환경 개선없이 일방적으로 북의 요구만 들어주긴 어려우며, 유씨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신변안전 보장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지난 5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이 6자회담 탈퇴를 발표하는 등 비핵화 협상의 판을 흔들고 있고 국제사회가 그에 대한 대응을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 역시 우리 정부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다만 시간을 너무 끌다가 대화를 이어갈 모멘텀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이다.

개성접촉때 우리 쪽에 전달한 통지문에서 `상황에 따라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남긴 북한이기에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정부로선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예상은 정부가 다음 주 중 차기 접촉을 북에 제안할 것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유씨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