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흔들기에 나섰다.

북한이 제시한 '중대한 조치'는 토지임대차 계약과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 등 기본 사항에 대한 남북 간 합의를 파기하는 게 핵심이다.

북한의 억지주장으로 '3대 남북경협 사업'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개성공단 사업마저 존폐위기에 처하게 됐다. 외형상 돈 문제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성공단 폐쇄를 위한 수순밟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입주 기업들이 스스로 떠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1일 개성공단과 관련해 "개성공업지구의 '토지임대차계약'을 다시 하며 10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2014년부터 지불하게 된 토지사용료를 6년으로 앞당겨 지불하도록 할 것"이라며 "공업지구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도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개성공업지구 관련 남북 간 합의서를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의미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법정 최저 임금은 현재 월 52.5달러다. 노동보수는 임금, 가급금, 장려금, 상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월 최저 임금 이상으로 기업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단 조업 준비 중인 기업의 종업원, 견습공, 무기능공의 보수는 월 최저 임금의 70%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연장 및 야간작업 때는 시간당 임금의 50%를 추가 지급해야 하며 명절 및 공휴일 작업은 임금의 100%를 가산해 지급하거나 15일 이내에 대체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직장장 총무 반장 조장 등에게는 별도의 직책급이 주어진다. 우리 측 기업은 또 월 보수총액의 15%(7.875달러)를 사회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

북측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남측의 70~8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급여 조건은 우리 측 기업에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 베트남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 개성공단 사업에 선뜻 투자를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근로 및 임금 조건에 대해 북한이 사실상 인상을 의미하는 '현실화'를 주장하고 나오면서 우리 측 기업으로선 개성공단에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어질 가능성도 크다.

개성공업지구의 토지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50년간 임차키로 돼 있다.

토지와 건물은 임차 기간 동안에 우리 측 기업의 매매, 증여, 상속 등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며 토지의 임차 기간 만료 뒤에는 북측과 협의해 재임차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토지 사용료 유예 기간을 6년으로 앞당겨 지불토록 한다는 것은 당장 내년부터 사용료를 우리 측으로부터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성공단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사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는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에서 54개 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다. 평양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평화자동차와 석산을 개발하는 태림산업,한국 광물자원 공사의 정촌 흑연광산,금강산 관광 · 샘물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남북 간 협상 결렬로 통행 차단 등의 여파가 남북경협사업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이들의 앞날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장성호 기자/파주=구동회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