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남북 당국자 간 직접 접촉을 통보하면서 언급한 '중대 사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새롭게 꺼내들 카드와 남북간 접촉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

북한이 언급한 중대 사안은 개성공단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보 주체가 개성공단 관리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고 논의의제를 '개성공단 관련'이라고 언급한 데다 방북 초청 대상을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측의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로 제한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전면폐쇄 등 최악의 조치를 예상하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접 계획하고 설립한 개성공단을 스스로 폐쇄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북측이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사건과 관련,개성공단 운영에 대한 통보를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북한이 기존 주장대로 유씨의 위법 사실을 거론하며 유씨를 자국법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히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당국자 간 접촉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만약의 경우 군사 도발을 하기 위한 명분 쌓기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21일 접촉 이후 남한이 PSI 전면참여를 발표하면 개성공단 폐쇄와 서해지역 군사 도발로 이어지더라도 그 책임을 남쪽의 선택으로 전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또 PSI 전면참여를 해상봉쇄를 금지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남북간 체결한 해운합의서의 무효화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북한이 최근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군부는 남한이 PSI에 전면 참여하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명박 역적 패당은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키는 협박까지 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유씨에 대한 조사결과를 남측에 통보하고 유씨의 석방과 함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추가 조치에 대한 논의를 던지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남북간 대화채널 재건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우리 정부가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근 '통미봉남' 전략에 따라 미국과의 양자대화에 집착해온 북한이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실망하고 있다는 소식도 남북간 대화채널 재건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지난 15일 남북간 출입체류 공동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번 계기에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자의 신변안전 확보 차원에서 관련 협의체 설치를 하자는 명목으로 당국 간 대화를 역제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