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우군으로 여기던 '여당의 벽'에 부닥쳐 고심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한나라당이 발목을 붙잡을 태세여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해 4월 임시국회에서 야당과의 일전을 준비 중인 윤증현 재정부 장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양도세 정상화 발목잡는 여당

재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에게 매겨지는 양도세를 '징벌적 세금'으로 규정해 왔다. 주택을 많이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2주택자와 3주택자에게 각각 50%와 60%의 단일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세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지난 2월 취임한 윤 장관도 "양도세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지난 15일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2주택자 50%,3주택자 60%)를 없애는 대신 일반세율(6~35%)로 과세하고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중과 조항도 없애는 과감한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야당이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몰아붙일 것은 자명하지만 부동산경기 활성화와 세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여당 핵심 관계자들이 양도세 중과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출,혼선이 우려된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3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양도세 중과 폐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비롯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양도세 폐지의 경우 문제가 있으면 깊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윤 장관은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강연 내용까지 수정해야 했다. 당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가 정당함을 역설할 예정이던 그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도록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추경예산안 처리는 야당이 발목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는 추경예산안에 대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저소득층 등의 민생 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추경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하지만 민주당은 세수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이른바 '감액 추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대신 지난해 도입한 종부세 등 각종 감세법안과 법인세 경감 등을 유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만큼 원안대로 국회에 내기로 했다. 추경예산안도 원안대로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반대 목소리까지 감안할 경우 추경예산안과 세제개편안 처리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재정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전제로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지난 16일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까지 반대하는 만큼 여야 합의 과정에서 3주택자 이상에 대한 세율을 일반세율이 아닌 45% 단일 세율로 조정하거나,아예 1년간 한시적으로만 일반세율로 과세한 뒤 다시 원상복구시키는 등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태명/이준혁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