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이른바 '투 톱'의 잇단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좌'에서 최대한 소득을 끌어내 정국 주도권을 쥐는 모멘텀으로 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
특히 민주당은 오는 25일 사실상 단독회담이 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간 오찬 회동 준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수권야당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켜야만 향후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정부의 과거회귀적 경제정책에 쐐기를 박으면서도 위기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조를 다짐하고 대안을 제시, 견제.대안야당의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현 정부의 인사 실책과 언론탄압 논란, 구여권 인사에 대한 사정정국 조성의혹 등 `지난 6개월'의 실정을 집중 거론해가며 야성(野性)을 과시하는 동시에 과거식 정치공세는 가급적 자제, 새로운 야당 리더의 모델을 제시키로 했다.

당 핵심 인사는 21일 "여야간 경제정책 기조가 워낙 다른만큼 두 지도자간 실력대결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특권적 성장'과 `질 좋은 성장'간 한판 대결이 될 것이며, 감세 등을 놓고 격론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정 대표는 여당 시절이었던 10년 전의 IMF 외환위기 극복 경험 등을 들어 현 경제위기 해법을 제시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서로 대치하면서도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성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든지, 막힌 정국을 푸는 터닝포인트가 되든지 둘 중 하나인데, 아무래도 후자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이튿날인 26일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단 청와대 만찬에서 청와대와 거여(巨與)의 독주를 강하게 비판하고 국회와 야당을 존중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이 국감을 앞두고 `국정파탄 3인방'으로 지목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인적쇄신을 강도높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 성장' 발표에 앞서 원 원내대표가 지난 7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제안한 `저탄소 에너지혁명 위원회' 설치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투톱'은 금주 초 사전조율을 갖고 의제에 대한 역할분담과 전략 등을 치밀하게 가다듬을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연이은 청와대 회동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으냐가 향후 제1야당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