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20년만에 18일 소유권과 관리권이 충북도로 이관된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이날 개방행사를 통해 청남대 새 주인이 된 충북도와 도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청남대가 '대통령 이용 시설'로 계속 남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달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도는 즉각 대통령 별장의 완전 폐지를 요구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으로 쓰일 당시 삼엄한 경비와 지역개발 제한 등으로 청남대가 도민들의 원성의 대상이었던 점 등을 염두에 둔 데 따른 것이었다. 별장 기능을 제한적이나마 계속 유지할 경우 `생색만 냈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됐다. 그러나 별장 기능을 잃은 청남대에 대해 `고물 없는 찐 빵'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도와 도민들의 생각이 점차 바뀌었다. 도의 희망대로 청남대가 권위주의 시절 최고 권력자의 상징물에서 전국적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별장 기능을 제한적이나마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 이런 주장들은 곧 "고유 기능이 폐지돼 쓸모도 없는 덩치 큰 시설을 도가 떠 안아 해마다 수십여억원의 관리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청남대 소유권이전 무용론'으로까지 발전했다. 도 의회도 "득이 될 만한 운영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소유권 이전을 승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벼르는 상황이다. 이원종 충북지사가 이날 인사말에서 "앞으로도 대통령께서 일하다 힘들 때 이곳을 찾아 구상하시고 했으면 하는 게 150만 도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한 것도 청남대기능의 완전 폐지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사치레가 아니라 도는 소유권 이양을 둘러싼 협의 과정에서 청와대 측에 대통령이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일단 돌려드리는 게 도리에 맞다"면서도 "다행히 이 지사가 한 번씩 왔다가는 것은 괜찮다고 하니 마음 놓인다"고 화답한 데 대해 도 관계자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도의 제한적 기능 유지 건의를 노 대통령이 수용한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역시 "도의 요청을 수용, 여름 휴가 또는 정치인과의 회동 등을 위해 종종 청남대를 이용할 예정"이라고 밝혀 제한적 이용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실제 청남대를 활용할 지는 아직 확실치 않아 보인다.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소유권과 관리권까지 모두 충북에 넘겨준 마당에 다시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일반 관람이 공개된 데 따른 경호상의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 역시 "오늘 발언만을 갖고 지나친 기대를 하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청남대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이용하는 시설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 이라고 청남대의 제한적 기능 유지를 요구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은 내놓는데 주민들은 오히려 `별장으로 계속 써 달라'고 요구하는 진풍경이 청남대 개방 20년만에 연출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좋지만 대통령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면서 청남대는 `위로부터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민의'에 의해 다시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될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다. (청주=연합뉴스) 박종국기자 pjk@yna.co.kr